수원 삼성 매탄고 출신 영건 맹활약에 ‘매탄소년단’ 애칭… ‘MTS 유니폼’ 새 브랜드 창출
KT가 선보인 무선 응원봉 ‘kt wiz 비트배트’ 대박… 안방서 ‘경기장 응원’ 분위기 선사
시민 구단 ‘안산 그리너스’ 사회공헌활동으로 스킨십… 모두가 함께하는 마케팅이 대세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속 오랜 통념들이 하나 둘 변해가듯 스포츠 구단들도 과거 팬들을 향한 플랫폼 차원의 일방향 정보ㆍ아이템 제공을 지양하고 양방향 소통 운영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스포츠 구단들의 마케팅은 굿즈(기획상품) 판매나 특정 이벤트 위주로 흘러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한 팬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해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마케팅이 하나 둘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상황이 되면서 팬들을 향한 구단의 양방향 마케팅이 자리를 잡는 추세다. 최근 스포츠 마케팅의 흐름과 트렌드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매탄소년단’ 브랜드 대박사건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은 올 시즌 ‘매탄소년단’ 브랜드 구축을 통해 단순 상품 출시를 넘어서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
매탄소년단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수원의 유소년 팀 ‘수원 매탄고’의 합성어다. 매탄고 출신인 김태환(22), 강현묵(21), 정상빈(20) 등 영건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팬들이 지어 준 애칭이다.
과거 구단이 팬을 대상으로 굿즈나 MD 상품을 출시할 때 일방향으로 기획ㆍ제작 단계를 거쳤다면, 매탄소년단은 팬들이 지어준 애칭을 기반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이전에는 고액 연봉자와 스타 플레이어 위주의 유니폼 판매량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그 틀을 깨고 선수의 잠재성과 스타성, 캐릭터 등을 고려한 인기가 형성되면서 달라진 세태를 보이고 있다.
매탄소년단 관련 상품으로는 MTS 유니폼이 있다. MTS는 매탄고가 창단한 2008년 금색 원정유니폼을 모티브로 상ㆍ하의와 스타킹까지 베이지색으로 통일했다. 기존 마케팅 기법에 팬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구단 가치를 높여 줄 브랜드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윤건양 수원 삼성 마케팅 담당 프로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스포츠 마케팅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 된 게 사실”이라며 “이젠 선수 유니폼이나 경기장 내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하는 형태로 광고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팬들이 원하는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프로야구 KT 위즈가 만들어 낸 언택트 응원의 새 장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전반기 동안 야구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풍경은 KT 위즈의 응원봉이다.
KT가 지난 4월 출시한 무선 응원봉 ‘kt wiz 비트배트’는 수원 KT위즈파크는 물론 홈 경기 자체를 응원 플랫폼화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트배트는 온ㆍ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응원 도구다. 실시간으로 응원단이 운영하는 컨트롤러를 통해 응원봉에서 같은 응원가와 색상이 나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관중들에게는 단순 응원도구를 넘어서 경기장과 경기를 플랫폼으로 삼은 하나의 악세사리로 자리매김했다.
집과 음식점 등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의 응원봉도 구단 공식 어플인 위잽(wizzap)과 화상앱 줌(zoom)을 통해 함께 작동한다. 위잽으로 구단 영상을 시청하면 해당 영상에 맞춰 응원봉이 반응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에게도 경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비트배트는 KT 마케팅팀이 매년 구단을 대표하는 아이템을 기획하다 만든 제품이다. 1회성 응원용품 제작을 지양하면서도 언택트 응원에 연계할 수 있는 응원도구로서 기획돼 지난 4월 어린이 회원과 관중에게 2천개를 배포하며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강신혁 KT 마케팅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관중 유입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마케팅이 언택트를 골자로 바뀌었다. 최근 수원시의 지원으로 KT위즈파크의 조명탑이 플라즈마에서 LED 등으로 바뀌면서 공수 교대와 홈런 등 주요 장면에서 조명 점멸 등 다양한 효과를 가미할 수 있어 관련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 전국 지향하면서 지역 친화적인 마케팅 유지
프로스포츠는 전국 지향적인 성격을 띄면서도 연고지를 위한 지역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마케팅 효과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하려면 단연 투자에 따른 스타 영입과 좋은 성적이 필요하지만, 연고지와 함께할 수 있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운동장이라는 벽을 깨고 구단과 지역이 직접 맞닿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프로축구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는 시민 구단이라는 특성에 맞게 매년 65만 안산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17년 창단 이후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365일 나누겠다는 의미의 ‘VISION 365’를 목표로 매년 구단 차원의 사회공헌활동(CSR)을 진행해왔다.
안산은 2017년 창단 첫 해부터 선수단을 비롯한 구단 직원들이 CSR 활동에 나섰다. 그 해 230회를 시작으로 2018년 340회, 2019년에는 프로스포츠 구단 역대 최다인 381회의 CSR을 진행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역 방역ㆍ기부활동 위주로 137회를 진행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CSR에 동참한 7개 기업의 로고를 담은 ‘CSR 유니폼’을 공개했다. CSR은 국내보다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보편화 돼 스타선수 영입보다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시간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주민의 발길을 축구장으로 이끌고 있다.
■ 트렌드 변화 속도에 걸맞는 현장 대응 필요
마케팅 전문가들은 스포츠 마케팅의 트렌드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현장에서 쫓아가는 속도가 느림을 지적한다. 더 이상 성적과 스타선수 위주의 마케팅이 아닌 다양화 된 개인을 겨냥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은 “시대가 변하면서 집단이 아닌 개인의 개성이 강해지고 있으며, 모바일ㆍ온라인화도 가속화 하면서 스포츠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스포츠 관련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홈트레이닝이나 개인 운동을 찾는 빈도가 늘어난 게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은 현실과 인터넷의 자아가 다르다고 응답했다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개성이 강한데다 스포츠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마케팅으로 팬들과 소비자를 이끈다는 생각보다 이들의 수요를 면밀히 조사해 특화된 콘텐츠로 마케팅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마케팅은 점점 일방향적 구조에서 쌍방향적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팬과 소비자의 피드백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여론이 오피니언 리더를 통해 조성됐다면 이제는 점차 개인의 의견이 모여 구성된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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