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들의 ‘몸무게와의 전쟁’은 눈물겹다. 유도, 레슬링, 복싱, 태권도 등 몸무게로 체급을 나누는 종목의 선수들은 체중 조절을 하느라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100~200g의 차이로 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몇 g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처절하다.
올림픽 등의 경기에서 몸무게를 재는 ‘계체(計體)’는 중요한 통과 의례다. 선수들은 계체 통과를 위해 2~3일 전부터 아예 굶기도 한다. 사우나에 들어가 수분을 빼내기도 하고, 때를 밀기도 한다. 손톱, 발톱도 다 깎는다. 계체 전 계속 침을 밷기도 한다.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선수들의 노력에는 피와 땀, 눈물 등이 녹아 있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유도 여자 48㎏급 대표 강유정(25)은 24일 경기에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날 공식 계체를 앞두고 몸무게가 줄지않아 머리카락을 밀어버린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왼쪽 무릎 통증이 심했던 그는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체중 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경기 전날까지 계체 통과가 어려웠다.
48㎏급은 48.5㎏까지 계체를 통과할 수 있다. 강유정은 종일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전날 오후 6시 몸무게는 48.850㎏이었다. 계속 뛰었지만, 오후 7시의 체중은 48.750㎏였다. 포기하지 않고 또 뛰었다. 침을 뱉고 또 뱉었다. 결국 탈수가 와 쓰러졌다. 긴급처치를 받고 침을 뱉어 수분을 더 빼냈다. 그리고 오후 7시 55분, 체중계에 올랐을 때 눈금은 48.650㎏이었다. 150g을 더 줄여야 했다. 강유정은 삭발을 결심했다. 급하게 문구용 가위를 구해 머리카락을 모두 잘랐다. 오후 8시, 체중계에 올랐을 때 그의 몸무게는 48.5㎏이었다.
강유정은 그렇게 머리카락을 포기하며 경기에 나섰으나 아쉽게 첫 판에서 패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슬로베니아 선수에게 한판승을 내주며 탈락했다. 강유정이 도쿄올림픽 무대에 선 시간은 2분이었다. 그는 경기 뒤 “머리카락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겠다”고 했다. 목소리는 살짝 떨렸으나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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