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이 수소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항만으로 선포됐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도 동반됐고, 20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도 선보였다.
평택항 일대를 수소특화단지-수소도시-수소항만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인공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장선 평택시장, 조명래ㆍ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응ㆍ산업전환공동위원장이 등장했다. 수소경제에 대한 일종의 ‘대권선언’을 보는 듯하다.
이 지사가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8일 “평택항을 경기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내놓을만한 국제적 항만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평택항 선언’의 종합판이다. 평택항을 미래 먹거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경제의 선봉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고, 남다른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항만에 대한 접근법이 기존과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물동량 증대, 환적화물 유치, 배후단지 육성, 부가가치 향상 등 ‘항만경제학’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에너지 전환, 수소시대, 기후대응, 산업전환 등의 단어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특히 국가항만에 대한 중대한 계획을 지방자치단체가 치고 나왔다는 점이다.
또한 부산 등 해양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해양수산부에 ‘기후’를 포함한 ‘해양수산기후부’ 논리가 이 지사 등이 제시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리에 역전되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해양계로서는 꽤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평택항 수소경제 선언에는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먼저, 현재 평택항의 관리권자가 해양수산부라는 점이다.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평택항에 수소경제가 더해지면서 거버넌스의 역할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평택항도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처럼 항만관리권을 포트오쏘리티(port authority)에 이양해야 한다. 항만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하는 중앙-지방 협업모델을 이 지사가 만들어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평택항 선언 이후 평택항에 새로운 청사진 또는 사업이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평택항 수소경제 선언이 가진 의미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평택에 ‘수소’만 남고, 도시와 항만은 없는 기형적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등 해양수산부의 주요 정책에 평택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에서 평택항 수소경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은 자칫 잘못하면 그림의 떡 또는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현재 평택항의 현실은 어떤가. 신국제여객터미널 건설과 관련해 잘잘못을 따지는 논란이 끝나지 않고 있고, 전자상거래 민간통관장 설치를 두고서는 적폐청산 공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항로 증심 및 확대 화두는 벌써 몇 년째 논의됐지만, 아직 공식화되지도 못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클러스터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986년 LNG선 입항으로 개장한 35살의 젊은 평택항이 전통 항만경제와 미래 수소경제를 아우르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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