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역사상 올림픽 최초 9연패. 올림픽 전체로 봐도 역사상 3번째다. 한국 양궁의 위대함. 그 이유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양궁은 지금 현재 제일 잘 쏘는 사람이 올림픽에 나간다는 원칙이 있다. 양궁협회는 그 어떤 종목 협회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주의를 내세우는 단체로 유명하다. 한국 양궁이 40년 가까이 최강자를 굳게 지킬 수 있는 배경이다.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은 이러한 협회의 공정함의 산물이다. 과거 경력과 경험 등 정성 평가가 아닌 철저히 결과만 반영한 정량평가로 선수를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진급 선수들이 뽑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대회에도 여자 대표팀은 모두 올림픽이 첫 출전인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정상을 지키는 데 문제는 없었다. ‘막내 듀오’ 안산(20ㆍ광주여대)과 김제덕(17ㆍ경북일고)은 혼성 경기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남녀 대표팀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2020 대표 선수들에게 그대로 자격을 부여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양궁협회는 기존에 진행하던 선발전을 재개했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킨 것이다. 2021년 열리는 대회인 만큼 새로 대표를 선발하는 것이 마땅했다. 1년 전 최고의 선수가 아닌 지금 현재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선수를 선발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경기에서 ‘막내 듀오’가 출전했다. 남녀 각각 예선 1위를 차지한 원칙이 작용한 것이다. 경험 부족의 불안함도 있었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며 협회의 원칙주의가 옳았음을 입증했다.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권력 다툼과 편 가르기, 선수 선발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을 진행과정에서 각 후보의 힘겨루기가 도를 넘는 양상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사회가 양궁의 원칙과 공정성에 더욱 주목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정치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