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코로나19 확진 불법체류자 잠적, 구멍 뚫린 방역망

2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안산시와 시흥시는 외국인 근로자가 1명 이상 근무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조주현기자
2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안산시와 시흥시는 외국인 근로자가 1명 이상 근무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조주현기자

안산에서 불법체류자가 코로나19 확진 상태로 지역사회를 활보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바이러스 잠복기(7~14일)를 거친 현재 안산지역에선 외국인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 국적 불법체류자 O씨(52)는 지난달 18일 확진 판정을 받고 잠적, 10시간 이상 외부에서 활동했다. 불법체류자가 감염 상태로 방역 당국의 조치에 불응하고 도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O씨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최근 수개월간 서울 송파구의 롯데택배 물류센터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달 17일 동료가 확진되며 진단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 7시께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그는 역학조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껐다 켰다 하며 잠적했다. 신원조회 결과, O씨가 기재했던 인적사항은 지난 5월 한국을 떠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인물로 확인됐고 이때부터 방역 시스템은 무력화됐다.

문제를 해결한 건 보건소 직원 1명의 기지였다. O씨가 남긴 연락처를 개인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해 얼굴 사진을 확보한 것.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CCTV 영상을 대조한 뒤 위치추적에 나섰고 잠적 당일 오후 5시가 넘어 O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O씨가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탓에 방역 당국은 그가 사라진 10시간 동안 어느 장소를 배회하고 몇명이나 접촉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2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안산시와 시흥시는 외국인 근로자가 1명 이상 근무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조주현기자
2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안산시와 시흥시는 외국인 근로자가 1명 이상 근무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조주현기자

공교롭게도 그가 감염 상태로 활보한지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기준 안산 반월공단 인근에서 117명에 달하는 외국인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2월 남양주ㆍ동두천지역 외국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200명에 달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과 판박이다. 또 최근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건너 갔던 외국인을 중심으로 감염 전파의 고리가 이어지며 이날 기준 강원지역 10개 시ㆍ군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O씨와 같은 신분위장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탓에 깜깜이 확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늘길이 막히며 불법체류자의 규모는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올 상반기 기준 세종시 인구(36만명)보다 많은 4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10만명가량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체류자를 통제 밖에 방치하는 정부의 조처로, 방역체계에 한 도시의 규모만큼 구멍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생활 반경이 겹치는 직업소개소,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탓에 경로 불명의 확산 위험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산 사례는 운이 좋아 불법체류자를 찾아낸 것이지 방역체계가 제대로 가동돼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다”라며 “방역 상황에 한정해서라도 불법체류자에 대한 불이익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확산세를 가라앉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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