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10일은 ‘광주대단지 사건’이 발생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은 정부와 서울시의 무허가 주택 철거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구ㆍ중원구) 일대에 도시 빈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당국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항의해 벌어진 사건이다. 성남시는 이를 도시와 시민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8ㆍ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으로 공식 명명했다.
현대 한국사회의 신도시 조성은 서울의 도시계획에 따른 주변부 개발이라는 도식에서 출발한다. 그 대상은 경기도 지역이었으며 서울의 인구주택환경 등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1963년 서울 행정구역 대확장부터 60~70년대 산업화 상징으로서의 번듯한 서울시 건설은 지배세력의 욕망을 투영한 채 주변부 지역을 철저히 ‘타자화(他者化)’했다. 지방자치제가 중단된 시절의 지방행정은 자율성이 크게 위축됐다. 광주대단지 조성 당시 경기도 당국은 서울시의 일방적 집행에 맞서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말 성남시 분당지역 신도시 조성도 최고 권력이 개발계획을 진두지휘했다.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과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 권력은 건설 자본과 결속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자 했다. 오히려 정부와 건설사들은 분당을 독자적인 중산층 신도시로 홍보했으며, 성남시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애써 감추려고 했다.
이후 일어난 일부 주민들의 분당시 독립 시도도 당국의 초기 홍보와 무관할 수 없다. 광주대단지로부터 20년이 지나고 나서 분당을 비롯한 일산(고양시), 산본(군포시), 중동(부천시), 평촌(안양시)에 신도시가 들어섰지만, 조성 과정에서 지역과 지역민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이 정도면 서울의 월경지(越境地)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신도시의 성격이 이렇다 보니 오래된 지역 공동체의 파괴, 원주민 축출, 교통난, 부동산 과열, 주변 지역과의 불균형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한 2000년대 이후 지역 정체성과 자율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중앙과 서울 위주의 도시 정책이 과거처럼 작동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경기도 신도시 개발 50년을 맞아 그 명암을 되짚어보고 타자화된 주변부로서가 아닌 지역과 지역민이 중심이 된 새로운 도시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지훈 경기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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