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도 청년백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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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이라며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단군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취업이 안되는 현실, 곳곳에서 터지는 공정하지 못한 사건들에 분노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사회가 밝고 희망이 있을 건데, 안타깝다.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기도가 도내 청년 1만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주도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19~34세 청년 5천명씩을 대상으로 토론과 설문조사를 했다. 청년들의 현재 삶과 희망에 대해 듣고, 청년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팬데믹시대 청년들의 삶과 생각은 어두웠다. 조사 결과 청년 10명 중 5명(50.2%)은 자신들을 경제적으로 ‘하층’이라고 했다. ‘중간층’은 44.1%였다. 근로 청년 10명 중 7명은 월평균 소득 250만원 미만이었다. 100만원 미만도 15.3%였다. 정규직은 61%였고, 비정규직·기간제근로자·일용직은 28.4%, 자영업자·프리랜서는 7.9%였다.

‘집을 언제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엔 29.4%가 “평생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청년들 44.4%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5천만원 이상이 13.7%였다. 빚이 생긴 이유(복수응답)는 주거비 46.4%, 학자금 39%, 생활비 마련 30.9%, 가족 지원 9.9% 등의 순이었다. 30.9%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주택 마련 등 금전적 부담(28.6%), 혼자 살아도 별로 아쉬움이 없어서(21.7%), 결혼제도의 불합리함이 싫어서(20.2%) 등이 이유였다.

경기도는 토론과 설문조사를 통해 최근 ‘경기도 청년정책 비전 수립 공론화 백서’를 제작했다. 청년백서는 전국 처음이다. 청년들이 제시하는 청년정책의 방향이 담겼다. 청년들은 주거, 취업·창업, 자산 형성, 일자리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청년정책의 슬로건을 ‘내일을 채우는 청년, 꿈을 그리는 경기’로 정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청년들에게 혐오가 아닌 희망을 안겨줘야 한다.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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