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가 최근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시민 제보 창구를 열었다.
어렵고 딱딱한 행정용어들을 쉽고 고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뜻이다.
구는 구청 홈페이지 ‘소통과 참여’란에 ‘공공언어 개선제보’ 창을 만들어 어떤 용어가 문제가 있는지 제보를 받고 있다. 각 동의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제보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이는 용어들은 ‘인하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전문가들의 점검을 받는다. 거기서 새로운 대안이 나오면 앞으로 그 말을 사용하게 된다.
이 창구가 왜 생겨야만 했는지는 행정기관들이 민원서류 양식이나 안내문·홍보물 등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단어와 문장 몇 개만 보아도 금세 알 수가 있다.
담배 무단투척 금지(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익일(다음 날), 부스터 샷(추가 접종), 스마트관광도시(첨단기술 관광도시), 수목식재(나무심기), 척사대회(윷놀이대회), 음용수(마시는 물), 비산먼지(날림먼지), 송도 워터프론트사업(송도 해안 개발사업), 클린업 데이(대청소의 날), 에코 프리 학교(금연 실천 학교), 그린 파킹(내 집 주차장 갖기-‘그린 파킹’의 내용이 이런 것이다), 컴팩스마트시티(‘도시계획관’의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 ‘수분을 제거한 뒤 쓰레기를 배출합시다(물기를 빼고 쓰레기를 내놓읍시다).’ …
()안의 ‘해석’처럼 훨씬 쉽고, 그래서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굳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을 마구 쓴다. 개인이라면 이것이 유식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 그저 웃어 넘겨도 되지만 행정기관은 다르다. 시민들이 그 내용을 잘 몰라서 손해를 보거나, 그 행정 내용이 잘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략하게 말과 글을 써야하는 곳은 행정기관만이 아니다. 경찰·검찰·법원에서 쓰는 법률 용어, 병원의 진단서, 예금이나 보험 같은 각종 계약의 약관 등 사람들의 일상과 깊게 관계된 모든 것들이 해당된다. 이런 내용을 어렵고 모호하게 표현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같은 꿍꿍이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쉬운 말과 글을 쓰도록 사회 환경을 바꾸는 일은 시민 각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마침 그 첫발을 뗀 이번 남동구의 ‘공공언어 개선 제보’에 남동구민뿐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다른 곳, 다른 기관 모두에게로 널리 퍼져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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