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간의 녹색본능

인간은 자연과 멀어질수록 질병과 가까워진다. 괴테의 명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일상에는 제약이 가해지고 이 탓에 마음과 육체가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이럴수록 자연과 공존하며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바이오필리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생명과 좋아함의 합성어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좋아하며 생명사랑의 유전적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주장하고 하버드대학교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발전시킨 이론이다. 인간이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크리스틴 엔게만 연구팀이 1985~2003년 덴마크에서 태어난 약 90만명을 대상으로 열 살 때까지 살았던 집 주변의 녹지비율을 10단계로 나눠 각 그룹의 사람들이 성인이 됐을 때의 정신건강을 조사했다. 최소한의 녹지공간을 가지고 자란 어린이는 나중에 우울증과 불안감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 비율이 가장 낮은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는 가장 높은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에 비해 성인이 됐을 때 정신질환 발생률이 최대 55%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녹지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야 하고 부모들도 자녀와 주변 공원이나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도시를 계획할 때, 도시 중심부에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비슷한 연구로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토이베넷과 엔디존스 교수는 ‘녹색장소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녹색이 많은 장소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각종 만성질환과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을 밝혔다. 또한 임산부가 녹색이 많은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린 경우 태아 발육 부전 및 조산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들은 도시에서 숲과 녹지가 얼마나 가치 있는 자원인지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블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역력과 치유력을 높일 수 있는 항바이러스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와 자연이 어울리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녹색도시로서 생명력 있는 바이오필릭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시민의 일상적인 활동공간과 자연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도시에 공원과 녹지 그리고 숲이 풍부하여 회복력을 높이는 생명친화적 도시를 만들어가야 했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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