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2.5’.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2020년과 1998년 비교한 수치다. 우리 경제 규모가 약 20여 년 만에 명목 GDP로는 3.6배, 실질 GDP로는 2.5배나 커진 것이다.
‘-5.1, -0.9’.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 한해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실질 경제성장률이다.
‘26.9, 21.3’ 1998년 말과 2020년 말 기준으로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운수업, 부동산업으로 대표되는 생계형 서비스업이 우리나라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3.4, 2.0’ 역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말과 202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부가가치 가운데 숙박 및 음식점업의 규모다.
이 네 가지 지표만을 놓고 볼 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외형상 규모는 커지고 국민경제 순환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도 어느 정도 작동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가운데 생계형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숙박 및 음식점업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실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를 보더라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서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1천748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약 8.8% 수준이었으나 2020년 말 기준으로는 2천144천명으로 1998년 대비 약 22.7% 증가하였으나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약 8.0%로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약 34.9% 증가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는 볼 수 있다.
자영업자 통계를 보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연도인 2019년 말과 비교할 때 2020년 말 기준으로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약 2.2% 증가했지만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무려 10.8%가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폐업한 자영업자든 사업장에서 일하던 종사자들 상당수가 기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취업자 수의 감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납세유예 신청건수는 약 860만 건으로 2020년 한해 약 704만 건을 훨씬 초과한 것은 물론 2019년 전체 약 39만 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22배나 상승했다.
지난 1998년 말 당시에도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전체 자영업자 수는 무려 4.8%나 감소했다. 특히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0.9% 감소했으나,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1%나 폐업의 길을 걸었다. 이는 당시에도 전체 취업자 수가 6.0%나 감소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수많은 가장이 거리로 내몰리는 홈리스 사태가 속출했다.
국민경제 순환의 관점에서 볼 때 수요는 공급을 견인한다. 수요는 결국 민간소비, 정부지출, 투자, 해외부문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가 어긋날 때 국민경제 선순환 구조는 깨지기 마련이다. 특히 선을 넘는 재정지출은 국민경제에 빚으로 남게 된다. 빚이 넘쳐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 국가부도인 셈이다. 지난 외환위기가 바로 그러했다. 물론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대국민 단결로 국가부도 상황을 조기에 종식했지만, 그 여진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 경제에 드리워져 있다. 또다시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당시의 우리 경제 규모와 현재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한 축이 무너지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만 한다. 경제의 외적 충격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이를 훨씬 넘어서는 정부의 자영업자, 특히 생계형 서비스업을 옥죄는 현재와 같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은 이제는 되짚어봐야 할 때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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