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기업 하나 없어 국력이랄 것이 없었을 때처럼, 아직도 국민을 기쁘게 해주는 순간의 사건에는 환호하지만, 국가의 실질적 힘이 되어주는 기업의 성취에는 냉담하다.
혜택을 누리는 한정된 자들만의 리그라며 내가 포함되지 않은 기업의 성공에 칭찬은 없다. 불공정 덩어리인 양 타도를 외치면서도 기업에 사회적 공헌은 요구한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법적 책무가 아니고서야 강요받을 사항은 아니다. 기업은 자발적 판단으로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사회는 그에 감사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어느덧 국가의 외교마저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가 변변한 협상카드 하나 없어 늘 수세적 입장에서 임해온 외교관계에 이제는 써먹을 만한 카드가 생겨 힘을 받는 모습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방미 보도는 그간의 의례적인 것과는 달랐다. 미국이 한국기업의 영향력을 인정하여 그 도움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에서 국민의 어깨가 으쓱하는 순간의 역사적 탄생이다. 정적 대하듯 하던 대기업 덕에 한국 정부가 행세를 하는 모양새였다.
국력 없이는 어떠한 외교력도 발휘하기 어렵다. 기업의 경쟁력이 국력인 시대이다. 정치가의 총합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 총수 하나가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시탐탐 노리는 강대국을 상대할만한 무기도 경쟁력 있는 기업 외에 없어 보인다. 한국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태도도 한국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없어 사회 안정에 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언론도 예술과 스포츠도 기업 위에 존재한다. 국내 홍보라 해야 세계가 주 무대인 대기업에는 제한적이다. 기업의 몰락은 국가의 쇠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대기업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인 양, 권력으로 옥죄고 있지만, 걸림돌은 다름 아닌 정치이다. 정치로 망한 국가를 늘 국민이 고통으로 이겨낸 한국사이다.
정부가 잘 몰라야 기업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기업의 오늘에 정부 역할은 미미하다. 정치권의 기여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 정도일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한국에 어떤 형태의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숙고해볼 대목이다.
폐허에서 먹고사는 일에만 매진해온 결과가 오늘의 한국이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는 평가는 결과의 부정이다. 한곳만을 보고 달려오는 과정에서 드러난 공과가 있지만, 과보다 공을 살리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과에 대한 자아비판적 사고에 매몰되지 말고 향후의 공정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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