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드래프트 취지는 좋은데”…대학야구, 프로행 ‘간이역’ 전락 우려

고교 선수들 대학 진학 관심 높아져…대학들, “프로행 수단 아닌 질적 활성화 필요”

프로야구 KBO리그가 2023년도 신인 드래프트부터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하는 가운데, 자칫 대학야구가 프로 지망 선수들의 ‘간이역’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얼리 드래프트는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2학년생들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토록 하는 제도다. KBO는 얼리 드래프트 도입으로 대학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통해 2000년대 초 이후 주춤해진 대학야구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일단은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프로 직행을 못하더라도 대학 진학 후 다시 프로로 진출을 할 수 있는 길이 넓어져 긍정적인 반응이다. 현재 경기도내 17개 고교팀 선수는 606명으로 이 가운데 3학년은 120여명이다. 프로행이 유력한 10여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타진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박건민 수원 장안고 감독은 “얼리 드래프트 도입으로 고학년 선수들이 이전보다 더 대학 진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얼리 드래프트 성공 사례가 늘면 대학 진학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학팀 관계자들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애초부터 프로 진출을 목표로 2년만 뛰기 위해 입학하는 우수 선수들이 늘어나면 당장은 대학야구 수준이 높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야구가 교육과 인재양성 과정이 아닌 지금보다 더 심한 ‘프로행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배현석 서울문화예술대 감독은 “우수 선수들이 오면 대학야구 수준은 올라갈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 제자가 대학에서 성장해 프로에 가는 건 기쁜 일이다. 다만 학교 입장에선 선수 한 명을 키워내는데 매년 500만원~2천만원이 들어간다. ‘프로에 잘 보내는 팀’이라는 명성도 필요하지만 학생이 2년 만에 중퇴하면 여러모로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김기철 한국대학야구연맹 사무처장은 “얼리 드래프트는 단순히 대학 선수들의 빠른 프로행이 아닌 대학야구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도입했다”며 “이 제도가 시행돼도 프로 지명 선수는 극소수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미지명 선수들의 진로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야구 활성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