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지난 7월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 조례'를 제정ㆍ공포했다. 관련 조례로서는 전국 최초이며 문화정책 결정ㆍ집행 과정에 도민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주체의 참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하면서 행정ㆍ복지 분야 등에서 자치단체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밝혔듯이 문화 분야의 자치 분권은 아직 미미한 단계이다. 도민들은 경제 등 타 영역과 비교해 문화예술 분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분권과 문화자치의 이념과 철학은 자율성, 창조성, 다양성, 평등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 ‘문화권’에서 출발한다. 이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주민이 문화?예술 향유의 대상에서 주체로 거듭나는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이와 같은 개념을 밑바탕으로 하여 주민 참여의 문화자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① 지역문화 자치기반 구축(법제도 개선), ② 지역문화 재정 확보, ③ 지역문화 협력 체계 확립, ④ 지역문화 역량 강화 등의 과제를 차근차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문화자치가 상향식 문화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면 ‘생활기반 문화환경 조성’과 함께 ‘지역의 개성 있는 문화자원의 발굴ㆍ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근대화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지역 문화자원의 체계적인 발굴ㆍ수집ㆍ보전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은 1940년대부터 민간기록물의 발굴ㆍ보존, 지역 현장박물관 조성, 문화해설사 양성 등 국가ㆍ지역 단위 기록 보존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최근 이런 분야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적 근거라든지 지역 소재 대학, 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 간 협업 체계가 아직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광역 개념의 지역공동체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시ㆍ군 단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도의 문화정책이 시ㆍ군의 그것과 조화를 이루고 문화자치의 상향식 모멘텀을 견고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에 문화 거점 기관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문화재단이 그 임무를 충실히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지역이 간직한 기억을 발굴ㆍ보전하여 문화적 역량을 축적’하는 역할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 창조력과 지역 경쟁력의 근원은 개성 있는 지역문화이다. 이러한 지역 문화자원들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체험·교육 확대, 미래유산 콘텐츠로의 재가공 과정들은 문화적 가치로 지역의 혁신과 발전을 이룬다는 문화자치의 궁극적 방향과도 잘 맞을 것이다. 문화자치의 기본 동력은 지역 문화에 기반한 정체성과 공동체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지훈 경기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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