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안 그래도 경제가 흉흉한데, 가계부채가 당면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부동산 시장이 폭등했고, 이는 곧 가계부채로 연결돼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천710조3천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천504조6천억원보다 13.6%, 205조7천억원 불어났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대출 총액을 관리하라”고 시그널을 보냈다.
눈치를 보던 금융권은 재빠르게 화답한다. 그동안 가계담보 대출로 재미를 보던 은행들이 일제히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에 나선 것.
가장 먼저 결단은 내린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오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고, 기존 대출의 증액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은행들도 뒤를 따랐다. 조만간 시중은행은 물론 그나마 문턱이 낮던 제2금융권도 가계 대출의 문을 걸어 잠글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불안을 키운 1순위는 부동산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4.26% 상승했다. 2002년(16.57%)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7월 4억1천만원에서 올해 7월에는 5억1천만원으로 1억원이 뛰었다. 말 그대로 ‘억’ 소리가 난다.
이 같은 상승분은 가계 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 등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인 광풍, 주식 투자 등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현재의 위험한 가계부채 수준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우리 모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장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망하기 직전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집을 담보로라도 긴급 운영자금을 만들고 싶은데, 금융당국과 은행이 희망의 끈을 잘라놓은 셈이 될 수도 있다.
또 주택을 담보로 다른 자산에 투자하려고 계획한 사람들도 낭패다. 벌써 ‘난세에는 현금부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정교한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가계대출규모 축소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서민들에게 살아남을 예외 규정은 만들어주는 친절한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가계대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금융피해자가 없도록 자영업자를 위한 저리 대출 등에 보다 신경 쓰는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가계대출 축소가 진정 경제와 서민을 살리는 정책이 되길 소망한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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