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수원시 '물의 재활용 시대'를 열다

버려지던 하수 ‘중수도 부활’… 줄줄새던 ‘예산 절감’
시청·장안구청·경기대 등 10곳에 중수시설 설치
해성엔지니어링 ‘AOP 고도산화처리 공법’ 활용
‘대장균 제로’ 상수도 뺨치는 수질로 인식 개선
청소ㆍ화장실ㆍ조경 등 생활·공업용수 ‘안성맞춤’

성균관대학교에 설치된 중수도 처리시설

버려지던 물이 재이용되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 2015년부터 시청, 장안구청 등에 중수도 시설을 설치, 하수를 생활용수 등으로 재이용하고 있다. 애초 하수처리장으로 향했던 하수를 물의 재이용 사업으로 다시 사용하자 상수도 요금 절감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시청 지하 1층에 설치된 중수도처리시설. 해성엔지니어링(주) 제공

■하수 다시 처리해 만든 중수…작은 면적에 설치 가능

물의 재이용 사업이란 빗물, 오수, 하수처리수, 폐수처리수 및 발전소 온배수를 관련 시설로 처리하고 생활이나 공업, 농업, 조경 하천 유지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 재이용 사업은 빗물저류조, 하수처리장, 중수도 시설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빗물의 경우 5㎝ 이상 비가 와야 물 확보가 가능한 데다 강우량에 따라 저장량이 들쭉날쭉하여서 상시 사용이 어렵다. 여기에 대규모 빗물저류조 건설 시에는 많은 공사비가 소요되며 조경용수, 청소ㆍ화장실용수 등에만 사용되는 등 활용도에 한계가 있다.

하수는 농업용수, 지하수 충전 등 빗물보단 사용처가 더 많다. 그러나 물 재이용 시설을 설치할 때에는 환경부 장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우며 면적이 크고 비용도 많아 재원투자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악취 문제 등 기피 시설로 여겨지는 하수처리장은 통상적으로 도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용처를 잇는 관로를 설치할 때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장안구청에 설치된 중수도처리시설. 해성엔지니어링(주) 제공

중수는 하수를 다시 처리해 만든 물을 의미한다. 청소ㆍ화장실ㆍ조경ㆍ세척 등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와 하천 유지용수로도 활용되는 등 하수처리수와 비교할 때 사용처에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중수도 처리시설은 공공하수처리장보다 시설 규모가 작아 건축물 기계실에도 설치가 가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 사용처에 직접 설치되기 때문에 관로 공사 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잔디용수. 해성엔지니어링(주) 제공

■특수 공법으로 수돗물과 비슷…상수도요금 절감 효과 톡톡

이에 수원시는 67억8천900만원을 투입, 지난 2015년부터 수원시청, 장안구청, 경기대학교,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총 10곳에 중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공공건축시설과 물 재이용 사용처가 명확한 곳을 선정했다.

특히 수원시는 그동안 외면을 받아왔던 중수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중수는 한번 사용됐던 수돗물이기에 비누거품 등이 껴 색깔이 노랗거나 물의 투명도가 탁하는 등 거부감이 있어 재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활성탄을 사용해야 하나 비용 부담이 있어 색깔과 탁도 문제가 늘 뒤따랐다.

이에 수원시는 해성엔지니어링㈜의 ’AOP(Advance Oxidant Process) 고도산화처리 공법을 활용했다. 물속에 유기물질이나 오염물질을 오존(O3)으로 산화시켜 제거하는 공법이다. 이를 통해 색깔과 탁도 문제가 해결되자 중수도 처리시설을 설치하려는 공공기관 등이 나타난 것이다.

수원시청 관계자가 중수도 처리시설로 재사용된 물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해성엔지니어링(주) 제공

실제 수원시 조사 결과, 해당 공법을 거친 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탁도는 법적 기준인 2NTU보다 낮은 1NTU로, 냄새 역시 불쾌하지 않다는 결론이 각각 나왔다.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투명한 것을 의미하는 색도 역시 기준치 20도보다 낮은 4도로 나왔다. 수돗물과 비교했을 때 중수가 외관상으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걸러진 물은 해당 기관과 학교에서 화장실ㆍ청소 등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른 상하수도 요금 절감 효과는 톡톡히 나타났다. 지난 2015년 9월 이 시설을 설치한 장안구청은 1년간 7천797㎥ 물을 재사용하면서 146만원의 요금을 절감했다. 같은 기간 성균관대학교는 3만424㎥ 물을 재사용, 569만원 절감 효과를 거뒀다. 당시 수원시가 해당 시설이 설치된 8곳에 대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5만5천82㎥ 물을 다시 사용하면서 1천만원 가량의 요금 절감 효과를 거뒀다. 그동안 버려지던 물이 예산 절감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시청 전경. 해성엔지니어링(주) 제공

■타 지자체 벤치마킹…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수원시가 이러한 물 재이용 시범사업을 추진하자 타 지방자치단체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화성시, 용인시, 부천시 등 경기도내 7개 지자체와 충남 아산시, 경남 김해 창원시 역시 공공기관 등에 중수도 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에 단순히 수도요금을 절감했다는 것을 넘어서 물 확보를 위한 댐 건설비용과 하수처리비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상수생산원가도 절감시켜 사회적 편익 비용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시설을 도입,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강우량이 집중되거나 가뭄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물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 강우량(1인당 연 2천591㎥)은 세계 평균의 약 12% 수준이며 하천 취수율은 36%에 불과, 물 부족 문제가 점차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빈발과 수질오염으로 사용 가능한 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시설로 하수를 재사용해 후손들에게 소중한 수자원을 물려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