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년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 미군은 전사 2천442명에 부상 2만666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베트남전(5만8천명 전사) 이후 최대 전쟁 피해로 기록된다. 사이공보다 치욕적이라는 비판이지만, 미국으로서는 해외 최장기 전쟁이 끝나게 된 셈이다.
전쟁의 극단적인 파괴성을 고려할 때 동맹이 갖는 전쟁예방 효과는 중요하지만, 미국은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에 더 이상의 자국민 피해를 막고 국익을 위해 동맹도 기꺼이 포기하는 냉혹한 실리를 택했다. 미국은 전 세계평화와 안정에 공헌했지만, 국제적 영향력은 최고점과 비교해 상대적인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아프간군 패인의 가장 큰 원인은 무능과 부패다. 병력과 장비 면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고질적인 부패와 낮은 사기 등 문제가 많았다. 반면, 탈레반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정치조직으로 이념적 결속이 강하고 풍부한 비정규전 경험과 대미(對美) 항전에 승리했다는 생각으로 전투역량과 사기가 높았다.
아프간에서 앞으로의 문제는 탈레반 재집권으로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발호문제다. 알 카에다는 탈레반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직 재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슬람국가(IS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호라산 지부)는 최근 혼란 상황을 세력 확장의 적기로 보고 세력 확대를 하고 있다.
오늘날 국가안보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방식보다는 이성과 이해를 통해 전쟁의 끔찍함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고상한 논리가 허황되고 추상과 공론(空論)의 영역에서 실종되지 않으려면 자강(自强)이라는 전략적 원동력이 전제돼야 한다.
전쟁은 강한 편이 이기고, 약한 편은 지는 것으로 정의된다. 결국 힘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의미는 약하고 순응적이거나 호락호락하게 보이는 것은 단지 허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쿠바미사일 위기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소련은 ‘쇠를 때리고 있다면 철수하고, 곤죽을 타격하고 있다면 계속하라’는 스탈린의 금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힘과 전략이 구축돼야 비로소 안보를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프간에서도 지도자가 곤죽이 아닌 쇠로 대처하려고 결심했다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비행기에 매달린 채 공항 탈출의 처참한 액소더스(Exodus)는 예방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의 종식과 자유의 수호에는 필요하다면 몸을 던져 전쟁에 뛰어들 수 있는 결연함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한반도에도 전쟁의 공포와 상흔이 치유돼 우리 생애 동안 부디 평화의 먼 여정이 해결되는 미래가 오기를 소망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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