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더라도 정성 가득 담은 식사... 깨끗한 공직사회 속 청렴과 닮아, 만족하기보다 작은 노력 기울이기
아내는 요리를 못 한다. 20분이면 뚝딱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리도 두세 시간이 걸려야 겨우 완성을 해 내서, 퇴근하고 9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기 일쑤다.
대충 해서 먹자고 몇 번 얘기해 봐도 아내는 ‘대충’에 만족하지 못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음식을 완성해 온다. 그냥 물에 끓여 먹어도 될 것 같은 된장찌개도 꼭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서 끓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내가 아내의 정성에도 불만을 표하는 이유는, 꼭 너무 배가 고프다거나 설거지 거리가 많아지는 게 싫어서 라기보다는 ‘대충대충’이라는 삶의 태도 때문인 듯하다. ‘저거 하나 때문에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라는 태도 말이다.
돌아보면, 학창시절에는 시험기간에 밤새워 공부해 100점을 맞기보다는 9시까지만 공부하고 80점쯤 맞는 걸로 만족을 했고, 일을 할 때도 좀 더 자세하게 안내하고 꼼꼼하게 살피기보다는 딱 문제없을 정도로만 일 처리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00%의 노력으로 100점짜리 결과를 추구한다기보다는, 80%쯤의 노력으로 90점 이상의 요행을 바랐다고나 할까.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 정도면 청렴한 편 아닌가? 어디서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하지만 청렴이란 게 고작 그런 것일까.
백 년의 큰 계획이라고 하는 교육의 기본가치가 청렴이라는데, 우리가 그렇게까지 떠받든 청렴이란 말이 겨우 그 정도의 의미와 가치만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직사회가 청렴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면, 그 말에는 단순히 부정한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민원인의 성난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했더라면, 그 민원인은 분을 가라앉히고 훨씬 더 합리적인 처리 방법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다른 부서의 업무담당자에게 조금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업무 내용을 전달했더라면, 그 담당자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꺼내어 살펴보는 수고를 덜고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썼을 수도 있다.
내가 늘 하던 것처럼 80%만 하는 대신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그것을 통해 민원인이든 직장 동료든 조금 더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평소의 모습에서 조금 더 노력하는 것. 정해진 규정에 따라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혹시 모를 민원인의 불편이나 애로사항을 한 번 더 살피는 것. 업무를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최근의 이슈와 주의할 점 등을 한 번 더 꼼꼼히 설명해 주는 것. 그런 작은 노력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서로 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변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렴이란 말이 너무 멀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서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맡은 자리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청렴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은 비록 느리더라도 정성이 가득 담긴 아내의 100점짜리 음식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서로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
임태훈 안산교육지원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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