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포 점주 극단선택, 노조의 투쟁… 공산주의

노조원 집단 괴롭힘에 자살, 그 죽음 앞에도 당당 ‘노동’... 자본의 완전 파괴 ‘공산주의’

김포에서 택배 점장이 사망했다. 스스로 선택한 비극이다. 싸늘해진 품 안에서 유서가 나왔다. 노조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계속된 파업 위협을 받았다. 다양한 경로로 협박을 받았다. 그 시간들이 지옥 같다’. 노조원 12명의 이름도 적었다.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곧 택배노조 입장 발표가 있었다. ‘조롱은 있었으나 폭언은 없었다.’

그 며칠 뒤, MBC가 보도했다. 노조원 12명의 대화방 대화다. 점장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어따대고 XX들이 들이대’ ‘바로 X신 만들어주자’…. 점장이 쓰러졌다는 소식도 조롱하고 있다. ‘나이롱 아닌가요’ ‘질긴놈, 언제쯤 자빠질까’…. 점장이 대리점을 포기했다는 정보가 소개됐다. 그러자 대리점을 차지하자는 대화가 오간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을 해야 됩니다’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죽음에 갈 사유가 넘친다. 살인 방조다.

집단괴롭힘에 의한 자살. 2011년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폭행, 폭언, 착취…. 유서에 친구 2명을 지목했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이 다 구속했다. 집단괴롭힘 자살 사건의 효시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집단괴롭힘은 살인이다. 살인 방조 등의 죄목을 적용한다. 미성년자라도 구속한다. 법원도 용서하지 않는다. 10대라도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을 선고한다. 하물며 성인들 일이다. 더 큰 범죄고, 더 엄히 벌해야 맞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이 와중에도 노동을 말한다. ‘싸울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원청자 책임’이 컸단다. 향후 조치도 당당하다.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조사에 왜 노조가 나서나. 경찰이 수사로 할 거다.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고 한다. 책임을 왜 노조가 말하나. 판사가 판결로 할 거다. 40대 가장이 죽어나갔다. 피를 토하듯 적은 가해자들이 있다. 그런데도 노동을 말한다. 모두가 놀란다. 이 당당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1848). 책의 명성만큼 유명한 첫 구절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동직조합의 우두머리와 직인, 요컨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항상 서로 대립하여, 때로는 숨어서 때로는 공공연한 투쟁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그리고 이 투쟁은 언제나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편으로 끝나든지 또는 서로 싸우는 계급의 쌍방을 함께 망하게 했다.’

김포에서 억압받는 자는 노조원이었다. 억압하는 자는 점장이었다. 분구 갈등 등 현안이 생겼다. 노조엔 싸워야 할 명분이다. 한 켠에서는 파업ㆍ태업으로 투쟁했다. 공공연한 방식이었다. 다른 한 켠에는 대화방이 있었다. 숨어서 한 방식이었다. 점장은 어디에서나 적이었다. 대리점은 노동자들이 차지해야 할 생산수단이었다. 노조원 모두에게 갈 공산(共産)말이다. 그들이 책을 봤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흐름이 책처럼 갔다.

발간 173년 됐고, 그 사상으로 2억명이 죽었다. 그 책의 유명한 맺음이다.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숨기는 것을 경멸한다. 공산주의자는, 종래의 사회질서 전체를 강력한 힘에 의해 전복하지 않고는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공연히 언명한다.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이 혁명으로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김포 대리점 노조원들은 단결했다. 파업 때도, 태업 때도 뭉쳤다. 대화방에서도 한목소리였다. 마침내 적-점주-을 무너뜨렸다. 돌아올 수 없게 만들었다. 노조의 힘이 보여준 전복이다. 자본가들을 전율하게 했다. 노조원 12인을, 택배노조를, 민주노총을 전율하게 한다. 그들이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결과가 책처럼 간다. 공산당선언의 작은 완성이다. 자본의 멸망까지 이끌어내는 투쟁의 끝 말이다.

점장은 마지막 순간에 12명을 적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래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걱정이다.

主筆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