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남대천 연어

지난 15일 폐회된 제354회 임시회는 7년이 넘는 의정 활동 기간에서 가장 힘든 시간 중의 하나였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의회만 바라보는 도민들을 생각하면서 버텨냈다.

어쩌면 쉼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고향인 양양에서 며칠을 보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양양의 익숙한 길들을 걸었다. 동해 바닷길, 울산바위가 한눈에 보이는 설악산 자락, 그리고 남대천. 설악산에서 발원한 남대천은 양양 읍내를 관통해 동해로 흘러들어 가는 제법 큰 하천이다.

이맘때가 되면 남대천에는 수많은 연어가 거센 물살을 헤치며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산란을 위해 자신들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남대천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들은 약 1년 정도를 살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동해를 거쳐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해협을 빠져나가 북태평양에서 약 3∼4년 정도를 살다 몸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산란을 위해 2만km를 헤엄쳐 고향인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지구 둘레가 4만km이니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셈이다.

힘들게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연어들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대천의 거센 물살들과 보들이 연어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거센 물살들을 헤치고, 자신의 크기보다 몇 배나 높은 보를 뛰어넘어 태어난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가진 모든 기운을 다 쏟아부어 알을 낳고 죽는다.

목표물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분투, 그리고 사멸.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을 바라다보면 신비함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문뜩 미국 작가인 마크네포가 쓴 연어의 생태와 관련된 문장이 생각난다.

“연어는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끊임없이 그들을 가로막는 물살에 부딪친다. 그러다가 물살이 가장 센 곳에 이르면 그곳으로 힘차게 뛰어든다. 물이 막힘없이 세차게 흐르는 곳에는 장애물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길이야말로 가장 험난하지만 확실한 곳이다”

연어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에게 가장 험난한 곳으로 자진해서 걸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민생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약함을 버리고 다시 의정 활동을 위해 돌아오는 설악산 고갯길에서 거대한 울산바위가 변함없이 꿋꿋하게 인사를 건넨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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