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참된 ‘꼰대 의식’

최근 예술원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본적으로 예술원이란 예술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가지는 원로들이 국민에게 예술적 감흥을 주는 동시에 사회적 모순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제공하는 시대의 어른이 모인 곳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본즉 그러한 것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예술원 회원을 뽑는 절차는 가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후진적 모습을 보는 불쾌감을 동반하게 된다.

또 예술원 회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적지 않은 지원금을 보며 이 시대의 어른을 생각해 본다. 문화예술의 현장도 예외 없이 자본주의적 경쟁에 남녀노소가 없음을 보아온 터이고, 완고한 섹트주의의 발호도 실은 이러한 데서 비롯된 점이 있다.

이러한 물질중심의 사고에 대해 예술 분야의 어른들께서 앞에 나서 지적도 하고 혼도 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하는 꼰대 의식은 어른들의 자기중심적 행위와 양보 없음이 밑바탕에 깔린 결과일 것이다. 시대가 변해 당연히 어른들의 위상과 역할도 많은 변화가 있을 터이다. 진정한 꼰대 의식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항의 어른도 술 사주고 밥 사주고 격려하고 잘못된 행태는 꾸짖을 때 적어도 말발이 서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예술원의 어른들이란 여기에 더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실어주는 분들이 아니겠는가?

예술원도 각 분야 최고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고 당연히 직면한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예술로 국민에 봉사하고 진정한 영감을 준다면 기왕에 예술원과 관련된 비판적 논의는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예술은 위대한 것이다. 이 위대한 것으로서의 도전 대개 물질로 치환해버린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이제 우리는 노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어른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말로 들린다. 시대에 약간 뒤처진 듯하지만 이익과 상관없는 중심 잡힌 어른의 말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이 시대의 어른은 어디에 계시는가?

우대식 시인·경기민예총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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