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다이내믹하다. 정치에서 경제까지, 권력자에서 일반 소시민까지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난다. 그래서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는 권력을 잡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는 가치와 신념을 표방하지만, 선거는 사건의 폭로로 표출된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끝도 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이 그것이다. 아마 논란은 대선 이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놓고도 정치적 논란과 법적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
국회의 국정감사장도 대선전의 또 다른 무대가 됐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하는 것이다.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이와 같은 국감장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은 거의 ‘대장동’과 ‘고발사주’에 대한 얘기들이다. 국민의 민생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우리 정치가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바람직한 사회는 무엇일까. 피터 드러커는 <이노베이터의 조건>에서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기본적 신념과 가치가 지켜지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정치는 과연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것인가. 신념과 가치를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패거리의 이익과 ‘도덕적 면허(moral licensing)’의 굴레로 결과되는 많은 사례가 있다. 역사의식과 철학이 없는 천박한 신념과 가치가 정치, 종교, 교육 등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는 관심도 없다. 효율성과 기능을 강조하지만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효율인지를 따져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물론 기업과 노동조합, 종교단체, 학교 등 모두 예외일 수 없다. 개발사업이든 다른 어떤 일이든 오직 자신들의 사익만 극대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가 되려면 기능을 수행하면서 기본적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사회가 돼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야 한다. 이처럼 대선전이 흘러가다가는 국민이 무관심과 회의, 냉소와 절망에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사회의 모든 기관과 구성원이 가치와 신념을 지키면서 기능 해야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국민이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책임이 여기에 있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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