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언어가 빚어낸 멜로디 정수자 시집 '파도의 일과'

파도의 일과_정수자
파도의 일과_정수자

한국 현대시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정수자 시조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파도의 일과>(걷는사람 刊)을 펴냈다.

시집엔 “행간을 밀고 나가는 / 행려들 날개 따라(남향의 가을 中)” 가듯이 유려한 리듬과 그 안에 한 글자 한 글자 진실의 언어를 건져낸 65편의 시를 담았다.

시인은 일상, 내면, 사물 등 외연의 세계를 총망라해 절제된 언어 안에 꾹꾹 눌러담았다. 5부로 나뉘어 담긴 작품에는 우리가 살고 있으나 부재한 그 무언가와 삶에 대한 성찰, 인내가 담담하게 표현됐다.

‘남편이든 여편이든 편 없이 저물다 보니 / 난 그저 힘없는 詩편이나 들고 싶데’(詩편 中), ‘청이 딱히 없어도 맨발로 내닫는 건 // 바람과 손잡은 파도의 오랜 비밀 //…바위야 부서져라 껴안고 굴러 보듯 // 필생의 운필을 찾아 눈썹이 세었다고 // 파도의 투신으로 해안선이 완성되듯…’(파도의 일과 中) 처럼 작품에 담은 삶에 대한 성찰과 사물에 대한 관조는 시인의 여유와 온정의 포용적 세계를 돋보이게 한다.

생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자세에서도 시어들은 운율을 타며 뛰어논다. 정통 시 율격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로운 시적 언어로 유려한 리듬과 품격있는 언어의 향연이 돋보인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가슴을 손끝으로 누르고 떨리는 혀끝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뒤, 담담한 목소리로만 비로소 발음될 수 있는 문장들을 우리는 마주한다”면서 “정수자 시인이 우리 시대에 부재한 무엇인가를 전근대에서 탐색하고 있다”고 평했다.

용인 출신인 정 시인은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했다. 2003년 여성 최초로 거머쥔 중앙시조대상을 비롯해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값 1만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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