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미시건 대학교 베이크 박사 팀의 파리와 꿀벌을 대상으로 벌인 실험은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같은 수의 꿀벌과 파리를 한꺼번에 유리병에 넣어 병 바닥을 창문 쪽으로 향하게 눕혀놓고 병뚜껑을 열어서 꿀벌과 파리가 어떻게 유리병을 빠져나오는가를 실험하였다. 지능이 높은 꿀벌들은 밝은 쪽이 출구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밝은 창 쪽을 향해 쉴 새 없이 밖으로 나가려고 윙윙거리다가 마침내 유리병 바닥에 부딪혀 죽거나 지쳐서 굶어 죽었다. 반면에 아예 고정관념이 없는 파리는 비록 지능은 낮았지만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다가 마침내 병 주둥이를 통해 모두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처럼 규칙적이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변함없이 똑같은 순서와 일정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행동 규칙을 고정행동유형이라고 한다. 엘런 랭거는 무조건 “싼 것은 비지떡이다”라는 고정관념이 “비싼 것은 모두 명품일 것이다”라는 무의식적인 판단의 행동 규칙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의미하며, 상대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어떤 집단의 지역이나 출신, 사회적 계층 등에 대해 단순하고 일반화된 편견이 신념으로 고착된 고정관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타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나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의 창의력이나 독창성을 제한하거나 가로막는 데 있다.

새는 반드시 양 날개를 퍼덕여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섰기 때문에 인류는 비행기를 발명하였고, 지구는 네모난 구형체여서 먼 바다 끝이 낭떠러진 절벽이 아니라 둥근 지구는 여러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했던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단 하나의 고정관념으로만 사는 사람들이다. 생각의 폭을 넓히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올해 도쿄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금메달 제조기로 화제가 되었던 나이키는 1970년대 이전에는 경쟁사였던 푸마와 아디다스에 비해 열세였지만 운동화 밑창은 평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와플처럼 요철을 가미함으로써 가볍고 탄력성이 높은 운동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운동화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달리 생각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객관화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를 청개구리로 키워보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개구리는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남이 보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밝혀내고 남들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있다. 뒤집어 생각하거나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이 미래의 성공자가 될 수 있다. 사과는 왜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만 떨어지는가 하고 생각한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였다. 상상력을 키우려면 당연하다거나 물론 그렇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내일의 두려움에 한 발을 디디고 어제의 실수에 남은 발을 디디고 서 있다면 천하장사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해마다 새로운 직업이 수없이 생겨나고 기존의 직업이 사라져가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생각의 틀을 깨고 멀리 넓게 그리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청소년들에게 요구된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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