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가을 고추장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읊조리며

붉고 둥근 무늬를 만든다

매만져 뭉친 메주가루가

스르르 풀릴 때쯤

한 줌의 소금으로

촘촘히 마음을 다잡는다

알싸한 소주도 화룡점정,

사과청도 고춧가루와

하나로 섞여 버무려질 때

주걱이 만든 둥근 무늬에서

나를 보았다

풋내나는 매움은 소금으로 다스리고

휘청이던 부패된 기억은

휘발되어 제법 깊었다

단지에 정성껏 이름을 붙여본다

‘2021년 10월

첫 장을 담그며 삶을 보았네’

 

 

전혜진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시인마을> 동인.

시니어 글·그림책 <쑥부쟁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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