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강한 수사 권한 주어진 경찰 아닌가/걸맞은 공직 위상 정립에 나서야 한다

‘아이스크림 가게 경찰 행패 논란’은 이랬다. 지난 6월7일 성남시 위례신도시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다. 성남중원경찰서 정보과 소속 A 경감과 B 경장이 들렀다. 인근에서 술자리를 끝낸 뒤 아이스크림을 사러 들린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고르던 중 A 경감이 가게 주인과 언쟁을 시작했다. 옆에 있던 B 경장이 욕설을 하며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A 경감이 대단히 부적절한 과시도 했다고 한다. 결국, 가게 측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가게 관할이던 성남수정경찰서에서 출동했고, 그제야 A 경감 등은 가게 주인과 화해했다. 이걸 비리라고 해야 하나, 촌극이라고 해야 하나. 듣는 이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경찰 전체에 망신이라는 점이다. 술 취한 정보과 경찰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언쟁을 벌이고, 옆에 부하 경찰이 합세해 거들고, ‘내가 누구도 안다’며 거들먹거리고. 진즉 없어진 줄 알았던 구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말하는 꼰대 짓의 전형이다.

전해듣기에 A 경감 등의 행위는 범죄의 정황이 짙다. 가게 주인에 대한 모욕 또는 가게 영업 행위에 대한 업무 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 피해자인 가게 주인의 의사가 참작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형사 처벌 또는 입건 단계의 얘기일 뿐이다. 공직 기강 해이 등의 내부 징계는 별도로 따질 문제다. 그래서 처분 결과를 봤는데, 솜방망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다. 경기남부청으로부터 지난 7월 징계라 보기도 어려운 경고를 받고 끝났다.

경찰의 비위, 비리 등을 새삼 줄줄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부적절한 일들이 그치지 않고 일어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가게 경찰 행패 논란’을 조명해보는 것이다. 올해가 어떤 때인가. 경찰 수사권 독립 원년이다. 국민이 경찰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찰이 제대로 하겠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뭐라 할 것 없다. 새로 등장하는 권력을 향하는 자연스런 주시ㆍ경계다.

안타깝게도 수사라는 본연의 역할은 지금 고전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실상 첫 번째 국민적 관심 사건이라 할 대장동 사건이다. 여기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첩보 접수 후 5개월을 뭉개고 있었다. 늑장수사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출발부터 기본적 신뢰를 잃은 셈이다. 결국, 수사 주도권이 검찰에 넘어가 있다. 요사이 대장동 수사를 보면 검찰 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뭐가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물론 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수사권 독립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일 순 있다. 때문에, 의지로 개혁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기강 확립과 새로운 경찰상 정립이 그런 영역이다. 음주 경찰, 도박 경찰, 폭행 경찰…. 강도 높은 자정 노력으로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비위다. 부산 경찰 비위에 부산 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인천 경찰의 솜방망이 징계 통계가 지적을 받았다. 경기 경찰에서 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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