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날들이 걷히고 선선한 바람이 불며 아메리카노 향긋한 커피 한잔에 나들이하기 딱 좋은 가을날이다.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들러보기 좋은 행사가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바로 구리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와 구리! 2021경기정원문화 박람회’다. 여기서 ‘와 구리’는 ‘구리로 오세요!’ 줄임말을 의미한다.
올해 아홉 번째로 맞이한 이번 박람회는 ‘정으로 물드는 뜰’을 주제로 도시의 고유문화와 지역의 스토리를 정원에 담아 시민들이 손수 가꾸고 일궈낸 정원부터 유명 조경 작가와 대학생 작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정원문화를 접할 수 있는 ‘득템’의 기회다.
게다가 박람회가 진행되는 구리 장자호수공원 일원은 팍팍한 도시 안에서 한적하고 전원적인 분위기와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갖추고 있어 힐링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박람회는 지난 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17일 동안 전용으로 개설된 온라인 관람으로 진행된다. 당초 코로나19 거리두기를 감안, 사전예약제 등 최소 인원 입장 등의 방식으로 계획했으나,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다.
관람 구성은 ▲박람회 주제 영상 ▲디자인정원, 시민정원, 생활정원, 대학생 정원 등 영상 ▲테마정원 식재, 정원 가꾸기, 미니정원 만들기 등 교육 영상 ▲샌드아트 애니메이션과 정원 음악회 등 다채로운 영상물 공개 방법으로 시민들의 아쉬움을 채워줄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전문작가가 설계하는 약 200㎡ 규모의 디자인정원 7개소, 공동주택 베란다ㆍ단독주택 등 시민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소규모 생활정원 30개소, 정원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이 꾸미는 작은 시민정원 25개소 등 총 62개 크고 작은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돼 테마별로 아기자기한 불거리가 풍성하다.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서울 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이 전시한 7개 정원 작품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함이 더해진다.
이번 행사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타일벽화이다. 시민이 만들고 기부한 타일 한장 한장이 작품이 돼 장자호수공원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장자 보행 통로를 장식하고 있다. 총 2천36개의 타일은 예술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행사 장소인 구리장자생태공원은 구리 토평지구 장자못의 수질을 개선하면서 새로이 조성한 곳이다. 본래 장자못은 폐수가 흘러들어 악취가 심했고 사람들이 피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수질개선과 생태공원화사업 등을 거치면서 하천 제방 주변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수목을 심어 지금의 약 10만5천여㎡(3만2천여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호수공원이 탄생했다.
시는 이곳에 계절별로 호수길 따라 요소요소에 교목류, 관목류, 초화류 등 15만그루의 꽃과 나무들로 장식하며, 현재는 구리 시민들이 자연에서 청정의 산소들을 느끼고 휴식을 즐기러 찾아오는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또 이곳에는 민선 7기 구리시가 시대적 ‘발상전환’ 시책으로 반려견 놀이터, 고양이 급식소 등을 설치, 반려인과 공원 이용자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상쾌한 기분과 환경과 사람,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며 문화와 감성을 즐기는 공간으로 연중 365축제와 함께 복합적인 활동들이 인기리에 펼쳐지고 있다. 구리 장자호수공원은 서울 강변역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20분에 불과할 만큼 근거리다. 전철은 구리역에서 마을버스가 대기 중이다. 네이버 내비게이션에 장자호수공원을 입력하면 바로 주소와 가는 법 등을 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인터뷰>안승남 구리시장
Q. 이번 박람회의 의미는
A.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도시의 문화와 지역의 스토리를 정원에 담아 도시정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시민생활과 밀접한 정원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구리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때 작은 연못이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고 많은 구슬땀을 흘린 끝에 오늘날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변모한 ‘장자호수생태공원’의 기적처럼 오랜 세월 각 분야에서 저평가 받았던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전파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혼신의 노력을 쏟았다. 이번 박람회 주제가 ‘정으로 물드는 뜰’인데,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다채로운 정원 콘텐츠를 감상하며, 정원을 조성하는 기술을 경험하고 구리시 전체가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정원도시 안에서 여유롭고 따뜻한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Q. 행사를 어렵게 준비하며 특별한 교훈을 담았다 하는데
A. 먼저 팬데믹 코로나19 전쟁에서 바이러스에 굴복하지 않고 빼앗긴 일상을 되찾는 노력의 일환이라 말하고 싶다. 실제로 전염병이 처음 창궐할 당시부터 자연의 위력만큼 이것을 이겨나가는 인간의 위대함도 강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우리에게 과학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믿음대로 백신을 개발했고 ‘위드 코로나’의 길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이다. 구리시가 다중이 모일 수 없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이 행사를 계획대로 추진한 것은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본래의 취지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온라인에서 현장감 있게 관람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기술과 같은 혁신이 실전에서 굳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생생한 영상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공직자를 비롯 시민정원사, 전문작가, 대학생 등 정말 많은 분이 공을 들였다. 이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으로 이 행사가 역대급으로 인상적인 기억으로 성공한다면 비대면 사회에서 대안의 성공 모델이 되는 것이다. 즉 어떤 행사든 현장에 가지 않아도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ㆍ경제ㆍ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즐길 수 있는‘메타버스(Metaverse)의 초석이기를 기대해 본다.
Q. 구리시를 ‘정원의 도시’로 추진하고픈 이유는.
A. 정원문화박람회 메인 주제가 ‘정으로 물드는 뜰’인데 이 뜻의 의미는 코로나19와 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정’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이겨나가는 시민의 의지를 담아내고,‘장자호수생태공원’이 구리시 앞마당 ‘뜰’ 같은 존재를 합한 것을 의미한다. 즉 모두를 위한 응원과 온정을 나누며 지금의 난국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생활 속에서 도와가며 ‘쉼과 축제의 뜰’로 만들어 함께 누리고 즐기자는 것이다. 그 기쁨을 아는 행복 박람회로 승화시켜 새로운 미래, 희망찬 내일로 향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장자호수생태공원’과 ‘한강시민공원’ 등 관내 전 공원이 그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린 인프라’로 더 크게 발전시켜 가기 위한 뜻도 갖고 있다. 구리시가 민선 7기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범시민 실천 운동인 ‘우리家 그린 그린뉴딜, 구리’와 연계, 독보적인 또 하나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싶다.
Q. 시민들과 온라인 관광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코로나 시국에서 가장 고통받는 분들이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이다. 비록 마스크가 일상이 된 답답하고 우울한 시대이지만 닫힌 지갑을 열어 소비로 위로하고 풀과 나무, 꽃들이 들려주는 도심 속 자연생태계의 신비함에 여유와 낭만을 모두가 웃으며 만끽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 안의 공간, 작은 장소라도 나만의 작은 힐링 ‘그린정원’을 만들어 보는 ‘삶의 꿀팁’을 얻어가는 소중한 시간 되시기를 소망한다. 구리시는 장자호수공원 외에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동구릉, 아이들과 함께 들러보기 좋은 고구려대장간마을, 곤충생태관 등 여행 코스가 참 많다. 한강시민공원은 시원한 맞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라이닝 코스로 환상적이다. 오고 가는 거리도 어디서든 편리한 교통을 이용 가능해서 서울 근교 여행 계획 짜볼 때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다. 10월 한가운데서 무르익어가는 가을 분위기 따라 힐링해 보고 싶은 분들은 이번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주목하며 ‘와구리’에서 아름다운 추억 만들어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리고 싶다.
구리=김동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