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종전선언이 중요하다고 하고, 야당은 안보가 우선이라고 한다. 종전선언과 안보는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둘 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편의 상식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하는 것은 총체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고도 조심스럽다.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 놓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종전선언이 과연 ‘평화의 첩경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한반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전선언만 놓고 본다면 높은 관심도 있다. 24일 방한한 성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종전선언을 포함 한미 간 다양한 논의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즉,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가설을 시험하고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으로 남북, 북미 간 대화의 강화, 인도주의적 지원, 경제개발 지원 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양쪽의 주장이 그 어느 쪽이 우선될 수 없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쟁을 끝내자는 선언이 적대시 정책의 해소이기 때문에 시혜적 전략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남북 간 신뢰의 결여와 북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용기가 적고, 적절하게 기여되지 못한 것을 국민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위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종전선언 문제는 나라와 국익을 위해, 어떤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다시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동족 간 싸움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잠재적 위험을 제거해야 하지만, 실제적인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종전선언만을 주장할 수도 없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일상과 평화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정치사상가인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평화를 실제로 보장해 주는 공동체만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시민 평화의 본질은 안보와 안전이며, 이는 국가의 핵심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가의 강한 힘과 의지가 있어야 자유와 평화도 담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보로서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한 역설이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 우선 정책 기조가 그 시사점이다.
전쟁과 평화의 딜레마에 관한 측면들은 대개 복합적이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안보와 평화정책의 궁극적인 명분은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문제가 ‘혼자 가기’보다는 위협적인 무기를 감축하고 해체하는 양자 간 상호 신뢰와 우방과의 다국적 계획에 의해 긴장의 사다리를 낮추면서 점진적, 호혜적 방향으로 마련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화해’는 결코 일방적 조치로 끝나지 않는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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