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했다. 취임 후 약 3년 3개월여만이다. 퇴임식에서 그는 “공직은 권세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주인이자 주권자인 1천380만 도민께 드린 약속과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오늘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지난 6월 기준 공약 이행률 98%를 달성했다’며 재임 기간 성과도 일일이 나열하며 자평했다. “도민께 받은 은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다. 법으로 선출된 공식 후보다. 법적 사퇴시한은 12월9일이다. 한 달여 더 재임할 수 있었지만 사퇴를 택했다. 잘한 선택이다. 대권 후보라는 비중이 그렇다. 정상적인 도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 상징적 장면이 국감이었다. 경기도 국감에 경기도는 없었다. 오로지 대권이 격돌한 난장이었다. 지켜보는 도민도 너무 힘들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또 어땠겠나. 차라리 지사 없는 9개월이 평온할 수 있다.
경기지사 중도 사퇴가 처음은 아니다. 민선 초대 지사 이인제씨가 사퇴했다. 여기에 도민이 기억하는 도정 중단도 여러 번이다. 손학규 지사 말기가 그랬다. 충청권과 상생 협약하러 다녔다. 그건 도정이 아니었다. 대권용 정치 행위였다. 김문수 지사도 휴가를 내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도지사 없는 공백기였다. 남경필 지사도 대통령 경선을 치렀다. 휴가 출장 등을 썼지만, 도정은 붕 떴다. 이런 게 다 대권발 도정 중단이었다.
해석은 도민 머릿수만큼 다양하겠지만, 옳고 그름의 판단은 복잡하지 않다. 도정 중단은 나쁜 것이다. 도민에 피해 주는 것이다. 앞선 지사들은 그때마다 말했다. ‘도정 공백은 없다.’ 돌아보니 이 말뜻은 둘 중 하나였다. ‘애초부터 없어도 되는 도지사’가 하나로, 역할이 없으니 없어도 되는 지사다. ‘애초부터 한 일 없는 도지사’가 다른 하나로, 시작한 과업이 없으니 챙길 현안도 없는 지사다. 누가 누군지 도민은 안다.
이재명 후보 선출까지 요 몇 달. 경기관광공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황모씨가 지명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도지사가 대권 후보라서 생긴 일이다. 결국, 지명이 취소됐고 아직도 공석이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이 또 다른 전임 사장이다. 공사가 또다시 언론에 오르내린다. 역시 지사가 대권 후보라서 커진 일이다. 예전 ‘홍 사장’이 낯부끄럽다고 한다. 현직 ‘모씨’는 일하기 싫다고 한다. 이런 위기가 도정 곳곳에 쌓였다.
이재명 전 지사는 떠났다. 역대 지사보다 처지가 좋다. 제1당의 당당한 후보다. 지역 정치권의 격려도 많다. 반면에 정치가 싫은 도민의 걱정도 많다. 5년 주기가 돼 버린 도정 공백에 대한 걱정, 일상 도정이 돼버린 대권 행정에 대한 걱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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