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주민조례청구_ 희망과 과제.上] 문턱 낮춘 조례청구... 삶의 질 높인다
정치 주민조례청구

[주민조례청구_ 희망과 과제.上] 문턱 낮춘 조례청구... 삶의 질 높인다

내일 ‘지방자치의 날’… 고3 조례 발의 과정 가상으로 추적
법률 분석·예산 추계 등 지원받아 디지털 플랫폼에 제출
쉽고 간편해진 절차… ‘반값 등록금’ 조례안 도의회 직행

‘주민조례청구제도’는 1999년 도입됐으나 엄격한 청구 요건과 복잡한 절차로 인해 연평균 청구 건수가 약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22년 만에 독립된 개별법으로 제정되면서 유명무실했던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새로운 변혁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경기일보는 다가오는 ‘지방자치의 날’(10월29일)을 맞아 경기도민이 직접 조례안을 발의하는 과정(가상)을 추적해 내년 1월13일부터 변화되는 주민조례청구제 내용을 알기 쉽게 살펴보고 앞으로 지방의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2022년 2월. 올해 만 18세가 된 고등학교 3학년 김주민군(경기도 거주)은 지방정부가 대학등록금 절반을 지원해 시민들의 교육복지를 실현하길 희망했다. 지난 2019년 안산시의회에서 ‘안산시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 제정안’이 통과돼 실제 정책으로 실현됐다는 소식을 접한 김군은 경기도 전역에 이 같은 정책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에 주민조례청구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올해부터 주민이 직접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되는 연령이 만 18세(이전 만 19세) 이상으로 조정된 것과 조례안 작성을 지방의회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주민조례를 청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김군은 청구인 자격으로 반값등록금 조례안 작성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경기도의회 도민권익과를 방문했다.

도의회 도민권익과는 청구인인 김군의 조례안 작성을 지원할 전담 인력인 ‘입법자문관(가칭)’을 배정해 ‘법률적 판단’, ‘관계자 의견조회’ 등 조례 작성 절차를 진행했다. 입법자문관이 관계법령을 검토한 결과 ‘교육기본법’(국가와 지자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국가 및 지자체는 자녀의 교육에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등 상위법에 조례 제정 근거가 있다고 보고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후 청구인은 입법자문관과 함께 집행부인 경기도와 시민단체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소요예산이 반영된 비용추계서를 작성, 연령과 거주기간 등의 조건을 조문에 반영한 ‘경기도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안 작성을 완료한 김군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구축한 ‘디지털 주민직접참여 플랫폼(가칭)’을 통해 조례안을 제출했다. 김군이 제출한 조례안은 도내 청년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경기도 청구 연수주민 수인 5만명의 서명을 모두 채웠다. 올해부터 청구 연수주민 수 요건이 지난해 절반 수준(기존: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00분의 1 → 변경: 18세 이상 주민 총수의 200분의 1)으로 낮아진 것도 서명을 빠르게 완료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서명 수집을 완료한 반값등록금 조례안은 곧바로 경기도의회로 직행해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이름으로 발의됐다. 이제 경기도의회는 주민조례안을 신속하게 심사하기 위해 늦어도 1년 뒤인 오는 2023년까지 심의·의결을 완료할 예정(필요시 1년 연장 가능)이다. 해당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도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22년 만에 독립된 개별법 제정… 주민주권 강화 기대 

수리된 조례안, 지방의회 1년 내 심의·의결 의무화, 임기 만료 시 차기 의회서 계속 심사… 실효성 높여

김주민군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이 주민조례청구를 손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정에 있다.

지난달 28일 ‘서명요건 완화’, ‘청구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13일부터 주민조례청구제도의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변화되는 주민조례청구제 내용을 보면 먼저 청구권자 연령은 만 18세로 낮아졌다. 1999년 도입 당시 20세 이상이던 청구권자 연령은 지난 2006년 19세로 한차례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이번에는 청년의 지역 참여 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연령을 낮췄다.

서명 요건은 광역-기초 2단계에서 인구 규모별 6단계로 세분화해 요건(표 참조)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국 243개 지자체 중 67%에 해당하는 163개 지자체의 서명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인구 800만 이상 광역시·도’로 분류돼 기존 100분의 1에서 200분의 1 이하로 완화될 예정이다. 도내 시·군을 보면 수원시는 ‘인구 100만 이상의 시’로 분류돼 기존 100분의 1에서 150분의 1 이하로, 과천시는 ‘인구 5만~10만 시’ 적용을 받아 기존 20분의 1에서 50분의 1 이하로 낮아진다.

새 법률은 주민의 조례안 작성·청구에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 및 지자체 지원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도내 시·군에서는 이와 관련된 업무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도의회 도민권익담당관이 해당 업무를 맡아, 조례안 작성·청구 등에 필요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이 지자체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민조례청구, 청구인 서명 등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주민직접참여 플랫폼(가칭)’을 구축해 내년 1월부터 서비스한다. 해당 플랫폼에선 모바일로 청구 조례안 정보를 검색·열람할 수 있으며 청구된 조례안의 진행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청구절차도 간소화된다. 기존 주민청구조례안은 지자체장을 거쳐 지방의회에 제출됐지만 앞으로는 지방의회에 직접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주민조례청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리된 청구조례안은 지방의회가 1년 이내 심의·의결하도록 의무화(필요 시 1년 연장 가능)했다. 또 임기 만료 직전 주민조례청구 활동이 위축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청구조례안은 임기 만료 시 자동 폐기되지 않고 차기 의회까지 계속 심사하도록 했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22년 만에 독립된 개별법으로 제정됨에 따라 ‘자치분권 2.0’ 시대에 맞는 주민주권의 강화가 기대된다”며 “개선된 주민조례청구제도를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