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의왕시청과 도서관 사이에 조선 중기 사람인 김인배의 처 안동권씨의 묘역이 보인다. 안동권씨의 묘역은 풍수가들에 의해 조선시대 8대 명당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김인배의 아들이 이곳에 모친의 묘를 쓴 이후 청풍김씨 가문에서 6명의 재상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안동권씨의 묘역은 대표적인 음택풍수 지역이다. 풍수에는 양기, 양택, 음택풍수 등이 있다. 음택풍수는 무덤에 대한 풍수를 말한다. 조상 묘를 잘 써야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양기풍수는 양의 기운을 받는 공동체 삶터와 관련된 풍수를 말한다. 우리 민족이 사는 한반도에 대한 풍수와 서라벌, 개성, 한양처럼 도읍에 대한 풍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터 등을 말한다. 양택풍수는 개인적인 삶터를 지칭한다.
우리 조상은 양기, 양택, 음택풍수 등을 고루 활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새 풍수라고 하면 후손들과 관련된 묏자리를 고르는 게 주를 이루게 됐다. 음택풍수가 널리 퍼진 것은 일제강점기에 손쉬운 식민지 통치를 위해 우리 민족을 분열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제가 공동의 이익이나 공동체 의식이 강한 양기나 양택풍수보다는 개인 가문의 영광이나 개인 자손의 영달이 우선인 음택풍수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특정한 성씨의 가문이 번창하는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공동체의 번영과는 연관을 맺기 어렵다. 명당이라고 하는 곳도 땅 주인에게나 해당되지 그 지역 주민들의 흥망성쇠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형·지물에 따라 사람이나 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하는 것은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강과 산의 지형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변화된 시대에 맞게 명당을 고른다면 우선시 되는 것은 무엇일까? 특정한 개인이나 가문이 아닌 공동체 모두의 안녕과 번영, 구성원들 간의 연대와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곳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는 우리 시대의 명당이다. 경기도는 의회와 집행기관이 모범적인 협치를 통해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민생정책들을 만들어냈다. 경기도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으로 경기도민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정만족도 조사 1위를 연이어 차지했다.
서울의 변방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에서 대한민국의 명당이 된 것이다. 대선의 시간이 돌아왔다. 경기도에서 시행된 민생정책들이 경기도라는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을 명당으로 만들 수 있는 정책논쟁의 장이 되길 빈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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