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 군포 물류센터 화재 외국인 무죄/또 이런 일, 경찰 수사에 문제는 없었나

물류센터 화재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화재는 지난해 4월21일 오전 발생했다. 한국복합물류 군포 터미널 내 물류 센터다. 불은 26시간 동안 지속됐다. 연면적 3만8천여㎡인 건물의 절반 이상과 8개 입주 업체의 가구 및 의류, 주차된 차량 등을 태웠다. 소방서 판단 63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모두가 놀랐던 대형 화재다. 바로 이 사건 피고인에 내려진 무죄 판결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신분이 특별하다.

튀니지 국적 외국인이다. 20대 일용직 근로자다. 경찰은 그의 담배꽁초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봤다. 터미널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담배꽁초를 버려 옆 건물에 불을 냈다고 했다. 이에 대해 1심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를 발화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또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법리가 아닌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에서도 바뀔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재판부가 한 판단을 좀 더 상세히 보자. “피고인의 흡연 시기와 인접한 시간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운 흡연자들의 경우에도 담뱃불을 끄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고, 이번 화재의 훈소현상(불길 없이 연기 형태로 타는 현상) 진행 경로나 정확한 발화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무리하게 피고인 죄로 몰고 갔다는 얘기다.

화재, 특히 이유 없는 실화 사건의 특징이 있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현장도 남지 않는다. 모두 소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 시민위원회 청문 등이 수사 과정에 자주 등장한다. 용의자의 무책임 증명 역시 어렵다. 같은 이유다. 내국인에도 이럴진대, 외국인에는 더 어렵지 않겠나. 의사 표현ㆍ전달이 어렵다. 변호인 조력도 받기 쉽지 않다. 이번 화재 사건의 외국인 무죄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이 있었다. 날아간 풍등이 대형 유류 저장고에 불을 냈다는 사건이다. 경찰이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디무두 누완을 체포했다. 중실화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검찰이 반려했다. 단순 실화로 조정됐다. 두 죄명 간 형량 차이가 크다. 수사 과정에 자백 강요 사실도 밝혀졌다. 탱크 주변에 마른 잔디가 쌓여 있었고, 인화방지망은 찢어져 있었다. 자칫 이런 관리 책임까지 뒤집어쓸 뻔했다.

다행히 인권단체 도움이 있었다. 변호인 조력도 있었고 벌금 후원도 있었다. 6년 뒤 그는 ‘고맙다’며 스리랑카로 갔다. 이번 군포 화재 사건은 무죄다. 응당 무죄 판결에는 원인과 책임 분석이 따라야 한다. 이 경우는 복잡한 화재 사건이다. 용의자가 말 서툰 외국인이다. 이게 무죄가 선고됐다. 판단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 옳지 않은 수사 행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 다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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