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발의가 쉬워졌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13일부터 지역 주민이 직접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청구권자 연령도 현행 19세 이상에서 선거권 연령과 동일한 18세 이상으로 하향했다.
주민조례발안법의 가장 큰 변화는 서명요건이다. 광역·기초 2단계로 나뉘었던 서명 기준이 인구규모별 6단계로 세분화해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국 243개 지자체 중 67%에 해당하는 163개 지자체의 서명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는 ‘인구 800만 이상 광역시·도’로 분류돼 기존 100분의 1에서 200분의 1 이하로 완화된다. 수원시는 ‘인구 100만 이상의 시’로 분류돼 100분의 1에서 150분의 1 이하로, 과천시는 ‘인구 5만~10만 시’ 적용을 받아 20분의 1에서 50분의 1 이하로 낮아진다.
새 법률은 또 주민조례청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리된 청구조례안을 지방의회가 1년 이내 심의·의결하도록 의무화했다. 필요하면 1년 연장할 수 있다. 또 임기 만료 직전 제출된 청구조례안은 임기 만료 시 자동 폐기하지 않고 차기 의회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 조례안 작성·청구에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 및 지자체 지원을 의무화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주민조례청구제도는 1999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엄격한 요건과 복잡한 절차로 청구 건수가 연평균 13.2건으로 저조했다. 지난 20여년간 도민이 청구한 조례안은 2건이다. 주민의 직접 참여 확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높은 문턱도 문제지만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행안부가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22년만에 ‘주민조례발안’을 개별법으로 제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완화되고 간소화된 요건으로 주민조례발의가 활발해져 주민주권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정부와 지자체, 지방의회는 개선된 주민조례청구제도를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도의 실효성과 이행력을 높여야 지방자치가 활성화 되고 주민주권이 강화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오늘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주민들이 문턱이 낮아진 조례청구제를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 지역특성을 반영하는 조례가 제정돼야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민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해관계에 얽혀 집행부나 의원들이 논의하지 않는 분야의 다양한 조례도 주민이 발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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