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청구 희망과 과제] 中. 주민참여 활성화 지원 없인 청구요건 완화도 ‘공염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주민의 입법 참여를 이끌지 못하면 개선된 주민조례청구제 역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22년 만에 독립된 개별법으로 제정되면서 청구 요건이 완화됐지만, 주민조례 공론화장 마련 등 주민참여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주민조례청구 활성화 노력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최초 시행된 주민조례청구제를 통해 주민이 직접 조례안에 대한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한 건수는 지난해까지 모두 278건으로, 연평균 13.2건에 그쳤다. 경기도 역시 2003년 ‘경기도학교급식 지원 조례’, 2019년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 등 20여년 동안 단 2건에 불과했다.

엄격한 청구 요건 등 높은 문턱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확대를 위한 기회 제공 등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기도의회 한 관계자는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주민이 직접 지역 특성에 맞는 조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풀뿌리 자치를 실현할 좋은 기회지만 그동안 전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주민들이 전하는 생활 속 불편 및 정책 아이디어를 직접적인 조례 제·개정으로 연결하는 공론화장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참여를 돕는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개선된 주민조례청구제 역시 또 한 번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2월 만 19세 이상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방자치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지방자치 필요성’(그렇다 63.5% vs 아니다 15.1%)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주민자치 기회의 확대’(그렇다 31.0% vs 아니다 35.3%)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방자치의 의도는 좋지만 실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민자치 기회는 제한됐다는 의미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민 참여도를 높일 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주민조례청구제도를 성공으로 이끌 열쇠”라며 “지역별로 주민조례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의를 모으고 공론화할 수 있는 온라인 참여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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