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발생해 IT강국의 스타일을 꾸겼다. 지난 25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전 11시16분부터 낮 12시45분까지 무려 89분 간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 사용자들을 패닉으로 내몰았던 ‘통신 먹통’ 사고는 인재로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발표한 ‘KT통신 먹통’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는 KT 부산지사에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장비를 교체하면서 세팅 때 입력해야 할 명령어 중 ‘엑시트’(exit)라는 단 한 단어를 빼먹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협력업체 직원의 실수로 트래픽을 분산시키라는 명령어가 빠지면서 특정 서버로 트래픽이 몰려 전국적 불통 사태로 이어진 어이없는 인재인 것이다.
사고 조사에 의하면 KT의 관리감독 부실은 예견된 인재였다. 이런 중요 장비를 교체할 때는 응당 사전테스트를 해야 했는데, 그것도 생략했다. 더구나 KT네트워크관제센터는 밤(새벽 1시~6시)에 작업을 하도록 승인했음에도 이를 이용량이 많은 주간에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T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만 라우팅을 수행하는 등 작업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관리체계가 부실했다.
KT는 3년 전 서울 아현동 통신구 화재사고를 계기로 만든 백업시스템 활용 매뉴얼도 무시했고, 또한 중요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겨놓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KT가 인재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 KT라는 제1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가 이런 상식 밖의 어이없는 인재로 인해 4천만 명 넘는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 정도의 사고로 마무리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청업체의 단순 실수가 아니고 불순세력이 KT의 느슨한 내부통제를 틈타 마음먹고 일을 저질렀다면 그 결과는 대형사고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올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KT가 아직도 20년 전 공기업 타성에 젖은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에 원인이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사고발생 사흘만에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적극적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3의 창업’에 나선다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조직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KT는 사고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함으로서 앞으로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현행 약관에 있는 ‘3시간 이상 서비스 중지, 또는 1개월 누적 6시간 초과할 경우’ 등과 같은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이를 뛰어넘는 피해 보상을 해야 소비자가 KT를 신뢰할 수 있다. 재삼 KT는 책임과 보상을 확실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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