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위즈가 우승했다. 창단 이후 처음이다. 지역민에 준 기쁨이 크다. 막판 과정이 숨 막혔다. 동률로 우승을 가리지 못했다. 우승자를 가리는 번외 경기까지 갔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더할 수 없는 감동이다. 코로나19 위기로 모두가 힘들다. 지역 경제는 경험 못한 암흑기다. 미래를 향한 희망도 없다. 이런 때 스포츠가 준 기쁨이다. 잠시나마 지역민이 웃을 수 있다.
이런 때 다소 느닷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다. 연관 단어가 황당하다. ‘알몸 마라톤’ ‘팬티차림 뛰기’ 등이다. 그가 했던 약속이다. 2014년 경기도지사 경선을 치르고 있을 때다. 신생 야구단 KT위즈 출정식에 참석했다. 다른 경쟁 후보자들도 모두 있던 자리다. 저마다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때 남 전 지사가 KT 위즈 감독에게 “감독님. 혹시 언제 우승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얘기되는 약속을 했다.
“만약 (KT 위즈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습니다.” 당시 어떤 축사보다 주목받았다. 7년이 지났다. 당시 약속이 살아난 것이다. 특히 KT 팬 사이에는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의견이 나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 지나친 희화화라는 의견, 지킬 필요 없다는 의견 등이다. 물론 남 전 지사 측 의견은 전해진 바 없다. 그 후 2018년 도지사 선거에서 졌고, 그는 정계를 은퇴했다. 사업을 시작했는데 제법 잘 된다고 전해진다.
당시 남 전 지사의 조건은 ‘우승’이다. 정규리그 우승인지, 한국 시리즈 우승인지는 명확지 않다.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를 분명히 하는 그의 언급이 있었다. 2015년 지사 자격으로 시구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 약속을 한다. “KT위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하겠다.” 한국 시리즈 우승을 조건으로 분명히 밝혔다. 결국, 그의 약속이 ‘정규 리그 우승’은 아닌듯 하다.
한쪽에서 남 전 지사의 정계 복귀설이 스멀스멀하다. 국민의힘 내년 도지사 후보군 얘기다. 복귀를 원하는 지역 정치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펄쩍 뛴다. ‘빼달라’고 요청한다. 마침 대선의 계절이다.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원 지역에서는 특히 더하다. 왜 안 그렇겠나. 수원 국회의원 5선, 경기도지사, 대통령 경선 후보를 했다. 1%짜리 승부다. 급하면 언제든 그를 부를 수 있다.
‘정치에 소환하지 말아달라.’ 유권자라면 이해할 수 있다. ‘도지사 때 한 약속이니 안 지키겠다.’ 야구팬이라서 이해 안 할 수 있다. 무거우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KT 우승에 모처럼 시민이 즐거워하고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