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봄철이면 이곳을 찾아오는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을 모니터링하는 이들이 있다. 매일 바닷가에 나가 쌍안경, 필드스코프를 이용해 몇 마리가 확인되는지, 활동 형태는 어떤지 살피고 기록한다. 점박이물범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교육과 캠페인, 해양쓰레기 수거활동도 병행한다. 인천내륙에 얼마 남지 않은 논 습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금개구리와 영종, 소래 등 인천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흰발농게 서식현황을 조사하는 이들도 있다. 2009년 봄,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튼 이후 10년 넘게 시민들은 매일 저어새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보호방안을 고민한다.
이처럼 올해 인천시 깃대종으로 선정된 점박이물범, 금개구리, 흰발농게, 저어새, 대청부채를 비롯해 자연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서식지 보전방안을 고민하는 이들이 현장 곳곳에 있다. 인천시가 올해 깃대종을 선정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요즘에는 ‘시민과학자’라 불리기도 한다. 단순 관찰이나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고,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서식지 보전방안까지도 제안한다.
깃대종은 특정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생물이다.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는지 여부 또한 중요한 선정 요소다. 그래서 깃대종 선정 시 시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서 선정하는 경우가 많고, 선정 이후 교육과 홍보활동에 대한 계획도 함께 간다. 궁극적으로는 ‘시민들과 함께’ 깃대종을 보호하고, 서식지를 보전,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시민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인천시가 깃대종 서식지 조사 및 보전대책 수립 중이다. 계획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성을 가지고 실행되려면 시민들의 꾸준한 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의 하나는 활동 공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모여 1년 동안 모니터링하고, 보호활동한 내용을 공유하고 서식지 보전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행정과 시민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후년에는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 도출해 보는 자리가 필요하다. 매년 축적된 자료와 시민들의 경험은 생태도시 인천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개별활동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으는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기도 하고,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깃대종 한마당이 필요한 이유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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