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도서관 열람실 이용 연령 재검토해야

중학생 이상 이용 가능한 규칙... 초등학생 권리 제한 결과 불러
UNICEF 아동친화도시 수원, 권리 실태 조사·정책 개선 필요

얼마 전 개인 공부를 하기 위해 수원시의 한 도서관을 방문했다. 입구로 들어가 좌석표를 받으려는데 안내데스크 직원이 수원시 도서관 이용 안내가 쓰인 문구를 보여주었다. ‘열람실은 중학생 이상 이용 가능’이라고 적힌 문구가 도서관 입구에 적혀 있었고 결국 본인은 열람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열람실은 중학생 이상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은 수원시 내에 있는 모든 도서관의 이용 규칙으로, 이 규칙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어린이는 어린이 자료실에 가면 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린이 자료실은 이용 시간이 열람실보다 짧고 열람실은 열람실만의 고유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도서관 내 열람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열람실 이용과 관련해 연령 제한 규정이 있을 수 있다. 초등학생으로 제한한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초등학생들이 다른 학습자들을 방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도 이해된다. 하지만 일정한 연령을 정하고 그 이하에 있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규정은 초등학생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리어 초등학생 전체를 하나로 보는 문제가 있다. 또 초등학생도 중ㆍ고등학생과 같은 학생이고,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듯 책을 보거나 공부하는 데 큰 의미를 두는 초등학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도 공공시설 규칙을 이해하고 잘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만약 도서관 규칙을 위반해 다른 학습자를 방해를 하는 초등학생이 있다면 아예 출입을 금지하는 것보다 도서관 내에서 예절을 가르치고 제지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초등학생도 열람실 내의 공간에서 자신의 지적 계발을 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서관은 다양한 연령의 많은 사람이 함께 잘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만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초등학생의 권리가 아예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수원시는 UNICEF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도시이다. 아동친화도시는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아동친화도시 10가지 원칙 중 두 번째 원칙이 바로 ‘아동 친화적인 법체계’라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모든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조례와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 원칙을 살펴보면 정책과 조례, 규정 등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체계적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아동 영향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일곱 번째 원칙으로 ‘정기적인 아동실태보고’를 통해 아동의 권리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수원시 도서관 이용에 아동의 권리가 증진ㆍ보호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와 관련한 아동 권리 실태도 조사하면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에 ‘제한’이라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제한’이라는 이름으로 ‘박탈’의 결과를 불러온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제한일 수 있다. 제한이 불필요하거나 제한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동친화도시 10가지 원칙에 따라 수원시 도서관 열람실 연령 제한 규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김종하 수원 정천초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