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땅투기 의혹 LH직원 무죄, 그냥 봐주겠다는 건가

미공개 개발 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선고 이유다. 조사가 부실해 범죄 증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는 9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 A씨와 지인 2명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LH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7년 3월 업무상 취득한 비밀 정보를 이용해 지인 등 2명과 함께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천여㎡를 25억원에 매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매입한 땅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올 4월 기준 102억원으로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투기 정황만 제시할 뿐,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이 기밀에 해당하는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내부정보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고, 어떤 취지로 작성됐는지 등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 등을 보면 투기 범행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검사가 내부정보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는 한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에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투기 단속에 대한 불신과 비난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LH 사태 이후 7개월간 집중단속해 부동산 투기사범 5천271명을 단속하고 82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정부는 특히 A씨 사례를 투기단속 대표 사례로 알려왔는데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땅 투기 발본색원’을 약속했던 입장이 난처해졌다.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의혹은 3월 초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로 불거졌다.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20회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공공기관인 LH 직원들은 개발예정지에서 땅투기를 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며 국민 공분이 쏟아졌다. 국민들은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려 한 것은 중대범죄이자, 부동산 투기 근절책에 찬물을 끼얹는 반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 결과가 무죄라니,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이는 그냥 봐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에 엄벌하지 않으면 투기 근절이 어렵다. 검찰은 범죄 증거를 입증할만한 조사를 다시 철저히 해야 한다. 지금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안된다. 내부자 투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강도 높은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