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행을 두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교육부는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고등학생들은 고교학점제 전환에 따라 3년간 총 192학점(교과 174학점ㆍ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교육분야 최우선 공약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준비가 너무 미흡하다.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준비 안된 고교학점제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평등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정규 교원 확충, 도시와 농촌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 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다. 미국 등 일부 서구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학생들이 스스로의 특성을 찾아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고교학점제는 틀에 박힌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 창의성을 개발하는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필요한 교육제도 개혁이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만 주는 게 아니라 수업에 실질적 변화를 줄 수 있어 고교교육뿐 아니라 대학교육 등 한국교육 전반에 대한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이론은 그럴 듯하다. 고교학점제 실시를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학교육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입시제도 개선, 다양한 교과과정 개설에 따른 강사 풀 구축, 체계적인 진로과목 선택 지도와 절대평가 제도 구축 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런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생은 물론 고교교육 현장에 혼란과 피로감만 가중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현직 교사들에게 복수전공 이수를 종용하고, 비용도 자부담하는 형태로 정책을 추진해 교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도 시행에 앞서 여러 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고교학점제 특성 상 교원수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교사들은 수업과 내부 행정업무 처리도 바쁜데 복수전공까지 이수하라는 건 억지라며, 이런 땜질식 방안으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교총은 대선 후보들에게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교육공약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졸속 추진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정규 교원 확충과 도농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 후 천천히 시행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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