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넉 달 남았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시간이다. 당선 여부를 떠나서도 그렇다. 대선 과정에 공을 남겨야 한다. 후보를 위한 분명한 역할이다. 대선 이후 중요한 평가 잣대일 수 있다. 캠프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이미 훈장을 받아 단 의원도 많다. 이건 이해한다. 정치현실이다. 그럼에도, 빼먹어선 안 될 역할이 있다. 지역 예산 챙기기다. 내년 예산이 다뤄지고 있다. 지역의 1년을 판가름낼 돈이다. 대선보다 중하다.
오병권 경기지사(권한대행)가 급거 상경했다. 내년 예산 확보가 심상치 않다고 본 모양이다. 아니면 확실히 다져둘 필요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예산의 목을 쥐고 있는 곳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다. 거기 소속된 도내 의원들을 만났다. 양기대(광명시을), 강득구(안양시만안), 김한정(남양주시을), 김승원(수원시갑)의원 4명이다. 오 지사에는 든든한 자리였을 것이다. 여기서 60여건의 교통 SOC사업을 설명했다.
사업을 들어보면 절박하지 않은 게 없다. 별내선 복선전철 시설공사 완공에 큰돈이 필요하다. 국비 1천465억원이다. 수도권 제2순환(양평∼이천) 고속도로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 국비 1천171억원이 들어간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사업의 국고 부담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30%인데 50%로 늘려야 한다. 이 50% 지원은 ‘광역버스 국가 사무화 및 준공영제 시행’ 합의 이행에 따른 것이다. 지연되는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의 일환이다.
특히 급한 게 지역 화폐 발행 축소다. 올해 예산은 15조원이었다. 국비가 1조522억원이었다. 이게 내년에 6조원으로 줄어든다. 국비는 2천400억원으로 대폭 깎였다. 올 대비 77.2% 축소다. 영세 소상공 영업과 밀접한 예산이다. 그만큼 예산 축소에 휘청거릴 대상도 영세 소상공인이다. 의원들도 심각히 고민했다. 양기대 의원이 약속했다. “지역 화폐 예산이 핵심 같다”며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수 있도록 힘 싣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대통령 선거는 예산 먹는 하마다. 선거용 공약으로 몰려가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각종 복지 경쟁이 불 보듯 한 이번 선거는 더 심할 것이다. 벌써 일부 예산을 돌린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입 닫고 앉아 있으면 경기도 예산도 다 날아간다. 이 예산 흐름을 훤히 아는 오 지사가 비상에 들어간 것이다. 그 의지에 의원 4명이 힘을 보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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