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

대법원 앞에는 눈을 가리고 검과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의 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정의와 법의 여신 ‘디케’다. 검(劍)은 사법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고 천칭은 법의 공정함과 공평함을, 눈을 가린 것은 법의 이상인 편견이 없음을 상징한다. 사사로움에 불의를 범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법’을 두고 너무 어수선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방의 수단으로 각종 의혹수사와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죄가 있는 곳에 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법의 원칙으로 당연한 귀결이기 때문에 현실법체계가 도덕률이 아닌 이상 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야 상호 정치공방에 법이 지나치게 동원되고 있는 것에 국민은 염려스러워 한다. 법치(法治) 대신 여야진영의 법칙만 치열하다. 선거에 지는 쪽은 감옥이라는 소리까지 떠돈다. 지금 한국은 하나가 돼야 하는 국민이 둘로 나뉘고 있다.

‘대장동 특혜의혹’의 중심에 전직대법관의 고액 고문료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사기관의 공정함이 정치에 묻히고 특검 및 국정조사의 필요여론도 우세하다. 국민의 사법부 신뢰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이 수호해야 할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뭐라 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옳은 일은 보호하고 그른 일은 단죄’하는 것이 법이 추구해야 하는 사명이다.

대통령선거는 시대정신과 미래비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야 대통령 후보가 정해졌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모든 국민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는 바야흐로 지도자가 바뀌는 대전환의 난세지만 최근의 선거 정국에서 보이고 있는 법률가의 모습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이 걱정스러워 하는 말이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전제했다. 이는 법 위에 서서 부패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국민주권의 시대에 국민의 상머슴에 불과한 정치지도자를 우리는 군주 시대의 국왕이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나라다. 한국사회는 과연 법의 지배와 권력의 분립이 충분히 확립되고 있는지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게 한다. 어느 쪽이 선거에 이기든지 법체계가 정의를 수호하지 못한다면 그 법집행은 권위를 잃고 말 것이다.

권력에 항거해야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치가 이제 더 이상 강자의 칼끝에서만 빛나는 도구로 작동되고 승자가 난도질하는 복수극으로 행해지지 않길 바란다. 관용도 배려도 없이 이기는 한쪽만 환호하지 않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길 갈망한다. 법의 최고의 가치는 정의와 공평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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