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은 10월26일이다. 5일 뒤인 같은 달 30일 국가장이 치러졌다. 고인은 생전에 국립묘지 안장을 원했던 듯하다. 하지만, 국민정서나 법률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족이 장지를 지목했다. 파주 통일동산 인근 임야다. 국가장까지 치른 전직 대통령의 장지다.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의 방향이다. 그런데 이게 여지껏 겉돌고 있었다. 본보가 이를 보도했다. 국민이 할 말을 잃고 있다.
장지 결정 내지 논의 과정을 되짚어 보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회(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유족과 협의했다. 그 결과 파주지역에 묘역을 조성키로 했다. 위원회는 이를 파주시에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유족 측이 지목한 장지는 파주 통일동산 인근 산림청 소유 탄현면 성동리 임야(한록산)다. 행정안전부, 산림청, 파주시 등이 모여 지난 3일 관련 회의까지 했다. 이랬던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회의를 통해 유족들이 원한 임야의 소유자는 산림청 소유다. 산림청이 8만9천여㎡ 중 1만6천여㎡를 매각해야 한다. 애초 회의는 산림청이 보존산지를 용도 변경 후 기획재정부에 이관하는 방안 등 매각 계획을 추후 보고하는 것으로 결론났었다. 그런데 그 후 어떤 입장도 없다. 국유림 매각의 가능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흘러나오는 얘기는 있다. 묘지 조성을 위한 국유림 매각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공식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가고 있다. 고인의 시신이 오도 가도 못한다. 장례 치른 지 3주일 지나도록 파주 탄현면 검단사에 임시 안치돼 있다. 유족 측이 수정된 의견을 냈다. 애초 장례위원회 측에 요청했던 1만6천여㎡에서 991㎡으로 대폭 축소했다. 실제 묘지 사용도 8.3㎡만 하겠다고도 했다. 입장도 조심스럽다. “장지 선정이 늦어지더라도 그냥 기약 없이 기다리겠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아무 답이 없다. 노코멘트다.
국가장을 치렀다.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도 맡았다. 거기서 논의된 장지다. 이쯤 되면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장지 결정이다. 이런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 우리가 산림청에 매각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유족 뜻을 수용하라는 것도 아니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빨리 밝히라는 것이다. 이게 뭔가. 행정 결정 지연으로 전(前) 대통령 시신이 3주째 겉돌고 있다. 해외 뉴스에 나올 얘기 아닌가. 만일, 그들 가족의 시신이래도 이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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