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과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가 위중한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해 ‘도망갔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논현경찰서 서창지구대 소속 2명이다. 이 중 가해자가 빌라 3층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자 여경은 지원요청을 하겠다며 1층으로 내려갔다. 무전기로 지원요청을 하면 될 것을 왜 현장에서 벗어났는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여경은 1층에 있던 남성 경찰관과 신속하게 3층으로 돌아가 범인을 제압했어야 함에도 두 경찰관 모두 건물 밖에 머물다가 뒤늦게 현장에 합류했다. 피해가족이 범인을 제압하고 난 후였다.
목 부위에 중상을 입은 아내는 의식불명 상태다. 피해가족은 경찰이 범행 현장을 벗어나 신속하게 후속대응을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도 현행범 제압에 나서기는커녕 자리를 떠났다니 황당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의 직업윤리와 사명감이 실종된 사례다.
흉기난동 현장을 이탈한 경찰의 행태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 사건후 네티즌 사이에선 여경 무용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결코 여경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경찰관이라면 해야 했을 기본 업무를 소홀히 한게 문제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그 며칠 전에도 있었다. 데이트 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30대 여성이 자택에서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이 여성은 위급상황 시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전 남자친구의 피습 직전 스마트워치로 두차례 긴급호출을 했으나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다가 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범죄를 막지 못했다.
일련의 사건 처리에서 보듯 경찰의 행태가 무능하고 무책임해 보인다. 층간소음 분쟁과 스토킹은 대표적인 민생범죄다. 시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찰에게 민생치안을 맡길 수 있겠나 싶다. 정부가 검찰개혁을 앞세워 수사권을 대폭 이관하면서 경찰 권한이 커졌다. 지난 7월부터는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위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고 있다. 권한과 제도만 달라지면 뭐하나. 근무기강을 바로 잡고, 이런 황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죄 대응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부터 관련 매뉴얼의 현실성, 인력 규모와 운영 등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경찰청장이 부실대응을 사과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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