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를 맞은 가운데, 구리지역 8개 동에 마련된 냉장고에는 민간과 공공이 연합하고 협력한 공동체의 힘으로 라면과 반찬 등 생필품이 가득하다. 관내 중ㆍ장년 1인 가구 중심의 취약계층이 약속된 날, 냉장고를 찾아 각자 필요한 생필품을 가져가는 따뜻한 일상이 그려지고 있다. 지역사회에 훈풍이 되는 촘촘한 복지서비스가 실현 중이다.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이란?
민선 7기 구리시는 저출산ㆍ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를 주시했다. 복지영역을 넘어 환경 영역까지 결합하며 더불어 1인 가구 지속적 증가에 따른 지역 사회문제 해결에 역점을 뒀다.
우선적으로 추진한 시책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ㆍ관 협력 사업이다. 지역의 사회적 활동 주체인 ‘민간’과 공공의 ‘관’이 연합하고 협력하면서 복지 체감을 늘리고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발굴, 실현하자는 의미다. ‘사람이 답이다’라는 평범한 상식에서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우며 지역 실정에 적합한 특화사업을 기획했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게 보편적인 가치인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것이 바로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공공예산 대신 민간자원이 주도하는 민ㆍ관 협력 ‘행복드림냉장고’사업이다. 즉, 마을주민ㆍ기관ㆍ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식자재를 후원해주면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냉장고를 통해 1인 가구는 물론 맞춤형 지원대상, 코로나 상황으로 취약계층 범주에 들어오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어려운 계층까지 아우르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일환의 나눔 시책이다.
안승남 시장은 “그물이 촘촘할수록 빠져나가는 물고기가 적을 수밖에 없듯이 나와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혹여라도 내 이웃 중 생계형 장발장이 생기지 않도록 민간 주도의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화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푸드쉐어링’ 실천
지난 5월 구리시는 안승남 시장 주재로 8개 동장이 참여한 ‘행복드림냉장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구리YMCA 이정희 사무총장은 인류가 하루에 폐기되는 식량이 13억t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40조원이라고 강조했다.
음식물쓰레기 20%를 감축하면 연간 온실가스가 177만t 감소하는 효과가 있고, 이는 승용차 47만대 분량의 배출량 감소 효과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냉장고 안에서 오래됐다고 생각해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20%만 감축이 된다면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가 이만큼 저감이 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인식을 뛰어넘어 지구를 지키고 공공의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의식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또한 이정희 사무총장은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에 대해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냉장고를 열어 공유냉장고에 식재료가 있는지 찾아보는 의식이 캠페인으로 전개되고,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을 때 기후환경 문제와 나눔과 복지 문제, 이웃과의 공동체 문제가 함께 해결될 수 있는 지역 내 지속가능한 ‘푸드쉐어링’ 실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구리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한 비전으로 ‘구리, 시민행복 특별시’로 정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누구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특화사업을 발굴 시행하고 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주민 관점에서 연계하고 서비스 전달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취지의 공모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구리시는 ‘혼자라도 괜찮아 살기 좋은 구리시 만들기 사업,을 주제로 응모했다. 그 결과 구리시는 처음으로 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4천500만원을 확보, 1인 가구 복지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 시작은 갈매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다. 그 중심에는 갈매동 복지협의체 박인숙 민간위원장(48ㆍ갈매복지관장)이 있다. 3년 전 영구임대 단지를 비롯한 갈매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5060세대 1인 가구 중ㆍ장년층을 위한 복지사업이 없을지 고민하던 중 ‘행복 냉장고’란 아이디어를 냈다.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1인 가구나 은둔형 외톨이가 있어 자발적인 건강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협의체는 최초 사업명을 ‘The 기쁨ㆍThe 행복 가득 냉장고’로 정하고, 20여명 안팎의 1인 가구 중장년층 취약 대상자를 선발했다. 그리고 갈매동 주민의 CMS 복지후원금으로 냉장고를 마련했다. 여기에 밑반찬을 준비해 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 가져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행복 냉장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식사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반찬 도움뿐만 아니라 이들 취약계층의 고독사 등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안부 확인과 사회적 관계를 연결하는 1석 2조 효과를 거뒀다.
이후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은 구리지역 8개 동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보편적 복지구현의 기폭제가 됐다. 안승남 구리시장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 당시 복지정책과 팀원들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
◇생계형 장발장 없는 지역돌봄 네트워크 강화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후원 릴레이를 만들었다.
지난달 구리시새마을회관에서 ㈔구리시새마을회 주관으로 취약계층 가구에 숙주나물 전달식이 눈길을 끌었다. 숙주나물 전달식은 협동조합 소담의 숙주나물 기부로 추진됐는데, 구리시 새마을회는 1천㎏ 분량의 신선한 숙주를 180여봉지에 담아 구리시 8개 동 ‘행복드림냉장고’와 취약계층 가구, 장애인 복지관에 분배했다.
인창동행정복지센터는 지난 6월 구리시니어클럽에서 GS편의점 본사와 연계 30인분 식료품을 전달했다. 이어 아람씨앤씨는 소갈비 60㎏을 후원하며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어려운 이웃의 면역력 향상을 도모했다.
갈매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7월18일 ‘갈매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한국유통 슈퍼센터(고려에프에스 갈매점)’가 관내 취약계층을 위한 ‘The기쁨ㆍThe행복 갈매동 만들기 사업’에 관한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유통 슈퍼센터는 갈매동 취약계층을 위한 ‘행복드림냉장고’ 사업에 드는 식품 구입비를 지원한다.
동구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다. 지난 4월부터 취약계층 30가구 대상으로 동구동새마을부녀회, 양념마을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맺은 협약에 따라 중장년 1인 가구에 월 1회 밑반찬을 지원하는 ‘행복 잇(eat)찬’ 밑반찬 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택1동보장협의체에서는 행복드림냉장고 사업과 더불어 경기공동모금회 후원금으로 ‘희망(Dream)드림냉장고’ 사업에 참여하며 매월 1회 긴급생계위기가구 20명에게 7종의 식품 및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수택2동 복지119보장협의체도 자체 기금으로 ‘행복드림냉장고’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매월 1회 즉석국ㆍ반찬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개인 후원자들도 속속 함께 뜻을 모아 곰탕, 삼계탕을 보탰다.
또 수택3동 ‘정’ 나눔마켓은 매달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이 기부한 생필품과 반찬 등 30여종을 관내 중장년 1인가구 20여세대가 필요에 의해 선택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마켓 형태로 제공되는 ‘행복드림냉장고’ 활성화 기반이 민ㆍ관 협력사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교문2동 행정복지센터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아예 냉장고를 1층 로비에 설치했다. 저소득층 청ㆍ장년 1인 가구 등 대상자들은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부담 없이 식품과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구리=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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