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감정의 뇌

복잡한 인간의 뇌를 기능에 따라 자율신경계, 감정을 담당하는 정서적인 뇌, 인지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뇌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이 세 부분의 정보처리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자율신경계의 속도가 가장 빠르며 감정을 담당하는 정서적인 뇌가 다음으로 빠르고 인지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뇌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러한 특징으로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자율신경계가 일차적으로 반응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2차로 반응하게 된다. 인지적인 뇌는 가장 늦게 반응한다. 외부의 어떤 자극이나 사건을 접하게 될 때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피해야 하는지, 강력하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감정적인 뇌가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속도의 차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개인이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 때 본질과는 무관하게 과거의 경험이나 감정이 우선하여 그 사건을 판단해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인지적인 뇌에 저장된 기억은 망각하기도 하지만 감정의 뇌에 저장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으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비합리적인 신념이나 행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뇌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프로세스에 대해 프로이트는 ‘강박’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설명하기도 했으며, 제프리 영은 “인생의 덫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어린 시절 왜곡된 감정의 기억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감정의 뇌가 가진 두 가지의 특징, 즉 인지적인 뇌에 비해 정보처리속도가 빠르다는 점, 한 번 저장되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한 번 잘못 형성된 감정이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인생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갈 때 ‘내 인생은 행복해’ 또는 ‘내 인생은 불행해’, ‘내 인생은 값지고 보람돼’, ‘내 인생은 절망과 좌절이야’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면의 목소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 과거의 경험이나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현재를 왜곡해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인생은 현재 지금 여기에서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직면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영모 극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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