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김치꽃

서릿바람 눈 흘기며

옆구리를 스친다

화들짝 놀라 붉히는 얼굴

발목 시린 배추벌레

꼬물꼬물 등 돌리며 파고든다

겉잎과 속잎 사이

눈길 주며 산발한 무청

만삭의 여인처럼 잉태한 가을

논밭을 건너온 입동 추위는

생의 여정을 소금물에 절여간다

다닥다닥

온 집안 도마소리 들어차고

손끝 맛이 스며드는 순간

붉게 숙성되어 내 안에 피는 김치꽃

혀끝 감각이 화끈거리고

한데서 얼어붙은 종아리

겨울 털옷 기다린다

 

 

 

조병하

<국보문학>으로 등단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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