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립인천대 교정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고(故) 최기선 석좌교수의 흉상 제막식에 박남춘 시장과 박종태 총장 등 80여명의 지역 인사들이 참여했다. 비리 부패 사학인 선인학원을 공립화하고 인천대학을 시립으로 발족시키고 현재의 국립대학법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최기선 석좌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흉상 제막식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번 흉상 제막식은 인천대학이 인천지역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흉상 제막식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인천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1979년 선인재단의 공과대학으로 설립된 인천대는 다른 어느 대학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화 투쟁과 시민들의 지지가 함께했고 고 최기선 시장이 결단했기에 지금의 인천대가 가능했다. 따라서 지역거점 국립대로서 역할과 함께 인천 시민들의 대학으로서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동안 민주화 정신이 퇴색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18년에 대표적인 친박근혜 인사인 당시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에게 제1호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총장추천위원회 인사였던 당시 교육부 장관의 비서관 출신을 고액 연봉의 산학협력교수로 특별 채용도 했다. 이에 2018년 출범한 인천대 대학민주화기념사업회는 학원 민주화의 성지인 인천대에 ‘친박’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에 대해 통탄하면서 인천대 역사와 존재 이유에 대해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인천대학의 비민주적인 행태는 지난 총장선거에서 절정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구성원들의 투표와 평가로 선출한 3인의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최종 1인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어서 최종 후보가 교육부에서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임명이 늦어지고 재선거를 치르며 총장 공석의 사태를 빚었다. 이러한 혼란과 파행으로 대학의 민주화 정신이 훼손되는 일련의 과정 한가운데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시작과 끝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막대한 문제를 야기했음에도 이사장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재선출을 통해 이사장을 연임하여 급기야 민주화기념사업회가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대는 민주화 성지의 상징을 훼손하는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학내 곳곳에 과거 선인학원의 운영 행태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재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성찰해야 한다. 고 최기선 석좌교수의 흉상이 캠퍼스에서 지켜보고 있음을 늘 명심해서 대학의 민주화가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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