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찬양’ 웹툰, 李 교육감 ‘책임 느낀다’/그럼에도, 경기 통일 교육이 개운찮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웹툰 콘텐츠 관리를) 잘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사연 콘텐츠 게재 과정을 살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시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른바 ‘북 찬양 웹툰 논란’에 대해 교육 수장으로서 내놓은 입장이다. ‘책임을 느낀다’고 했으니 부적절했음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콘텐츠 게재 과정을 살피겠다’고 했으니 과정의 과오를 따져보겠다는 것 같다. 처리 방향을 보기로 하자.

사실 이번 ‘북 찬양 웹툰 논란’이 사상의 문제까지는 아니다. 거창하게 이념 교육과 연결지을 일도 아니다. 단지 교육 현장에서 지켜야 할 균형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으니 걱정이다. 북한 학생들의 실상을 균형감 있게 알리는 교육이 됐었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 우리 교육 현실과 객관적으로 비교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면 좋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북한 학교생활에 대한 우호적 판단을 일방적으로 이끌고 간 듯한 정황이 엿보인다.

대상이 겨우 초등학교 2학년생들이다. 학교라는 집단에서 바뀌지 않는 역할이 있다. 교사는 주입하고, 아이들은 주입받는다. 수업은 교사가 선택한 소재부터 방향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교사가 “북한 친구들은 급식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에 (점심을 먹으러) 다녀온다”고 알려줬다고 한다. 아이들이 ‘우와, 집에 다녀온다고’ ‘난 좋을 것 같아’ ‘남북한이 이렇게 다르구나’고 했다고 한다. 의도 했든 안 했든 교사가 주입한 건 친북 정서다.

교사는 이 수업 상황을 정리해 교육청에 올렸다. 교육청은 이를 ‘일화를 정리해 올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수 교육 사례 보고 성격이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이재정 교육감은 진보 진영 인사다. 만일 보수 교육감 시대였어도 이런 보고서를 올렸을까. 바로 여기에 경기도 교육의 개운찮은 흐름이 있다. 기대대로 여기서부터 경기도교육청은 전면에서 이 소재를 확대 재생산했다. 외부 전문 업체에 웹툰을 용역 의뢰했다.

지금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웹툰은 그렇게 탄생했다. 내용은 교사의 애초 그것보다 더 나갔다. 우리의 코로나19 통제 상황을 언급한다. 소풍 못 간 지 오래다. 북한 아이들은 소풍 간다고 했다. 웹툰 속 아이들이 “북한 부럽다. 소풍도 가고”라고 한다. ‘북한에는 담임교사가 졸업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애들이 “우와~그럼 나 진짜 북한 가고 싶다”고 한다. 이 웹툰을 공식 SNS에까지 올렸다. 어찌보면 이번 사달의 진짜 출발은 이 웹툰이다.

궁금하다. 정말 한 교사의 교육열이 빚은 실수였나. 혹시 지금도 아이들에 주입되는 광범위한 통일 교육의 한 단면 아닐까. 정말 도교육청의 판단은 실수였나. 혹시 친북 정서 순화의 소재로 좋다며 작정하고 선택한 건 아닐까. 이 교육감의 ‘책임을 느낀다’는 인정에도 불구하고 웹툰이 남긴 개운찮음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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