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이 갖는 의미가 있다. 계절적으로는 추운 겨울이다. 남한강변의 강바람이 살을 엔다. 중요한 정치 일정이 겹쳐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다. 오늘이 D-96일이다. 국론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바로 이런 때 던져진 이슈가 있다. 여주 강천보 방류계획이다. 아니 4대강 해체 논쟁이다. 사업 기간이 공교롭게 3개월 대선과 딱 떨어진다. 인근 지역사회와 환경단체가 맞서는 이슈다. 이런 걸 하필 대선을 앞둔 추운 겨울에 던졌다.
예상대로 ‘남한강 격돌’은 시작됐다. 사업 시작 첫날인 1일 남한강에 어선 수십 척이 떴다. 어촌계원 등 시민 50여명이 띄웠다. 환경부의 강천보 등 3개 보 수문 개방에 반대하는 수상시위다. 참석자들의 반대 주장은 절박하다. 수문 개방이 지역민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보 해체의 비효율도 비난했다. 보 설치에 혈세 수조원이 들어갔다. 이 보를 다시 해체하는데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돈이 썩어 남아 도느냐’는 비난도 나왔다.
같은 날 육상에서도 집회가 진행됐다. 내용은 정반대다. ‘우리 강, 남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경기도민회의’가 주도했다. 이름에서 보듯 보 해체를 주장하는 단체다.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치가 되레 느리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내에 구조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1.5m로 책정된 방류량 목표도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강천보 이외 여주보, 이포보의 방류도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향후 강변 충돌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보 해체와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사업명이 ‘기후변화ㆍ재난 대비 한강수계 취수시설 개선 사업’이다. 하천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개념이다. 안정적인 취수가 가능하도록 민관이 함께 관련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변 지역의 민간 기업들도 끌어들였다. 환경부가 DB하이텍, OB맥주, SK하이닉스를 참여시키는 MOU 체결 이벤트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안 믿는다. 보 해체 시작이라고 확신한다.
왜 안 그렇겠나. 환경부가 지금껏 그래 왔다. 환경부가 이 계획을 세운 건 지난 2월이다. 한강의 18개, 낙동강의 132개 취양수구의 시설 개선 사업을 의결했다. 4월에는 지자체와 기업, 농어촌 공사 등에 보의 완전 개방에 따른 갈수위 아래로 취양수구를 이전할 것을 지시까지 했다. 이래놓고는 아니라고 했다. 여주에 12월 방류설이 돈 건 지난 9월이다. 그때도 한강유역환경청은 ‘확정된 거 없다’며 잡아뗐다. 이렇게 시작할 거면서.
공교롭게 겹친다. 어제부터 시작된 사업 기간이 3개월이다. 대통령 선거도 3개월 남았다. 4대강 철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가장 첨예한 현안이다. 언제든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 이런 사업을 하필 대선 기간과 겹치게 시작했다. 왜일까. 정치적 혼란에 감춰 밀어붙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국론 분열에 뒤섞어 추진 동력을 얻으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틀렸다. 지금 이 나라에 강물 빼느냐 마느냐로 싸울 여유는 없다.
정부가 ‘남한강 싸움’ 붙인 2일, 코로나19에 5천266명이 감염됐고, 733명이 위험했고, 47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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