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산딸나무 아래서

바람 불 때 홀로 길을 나설 일이 아니다.

어느 쪽으로 갈까 하다 문득 그리워지면

몸 밖에서 안쪽으로 타오르는 작은 불씨

마음에 안 가본 길 내며 살아 볼 일이다.

길 잃고 내려온 그대 쉴 자리 안내해 주고

물 냄새 실어와 포근한 저녁 베풀 일이다.

꽃 필 때 길 잃은 그대와 함께 울 일이다.

심금을 울리는 연극 대사에 감동할 일이다.

온 세상이 바람에 휩싸인다 하여도.

십자가 산딸나무 꽃이 피면 그대 생각한다.

언젠가 때 되면 바람의 옷고름 붙들고

피아노 소리에 꽃대 젓는 산딸나무 아래서

그대가 길을 잃지 않도록 사랑할 일이다.

 

 

김영진

2017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항아리 속의 불씨>.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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